SKT, 앱 통역 서비스 연내 출시 목표
삼성전자, AI 라이브 통화 통역 탑재
구글, 생성형 AI와 AI 비서 기능 결합
스타트업들도 ‘AI 비서’ 시장 도전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업계 간 장벽을 넘어선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협업 관계로 이어져 온 두 업계가 AI 주도권을 놓고 정면 승부를 펼치는 것이다. 여기에 기술 스타트업들의 도전까지 더해지면서 AI 경쟁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AI 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기업은 SK텔레콤이다. AI 개인비서 ‘에이닷’의 통화 녹음 기능은 10월 출시 이후 애플 ‘앱(애플리케이션)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앱만 설치하면 손쉽게 통화 녹음 기능을 이용하고 대화 내용을 채팅 형태로도 제공받을 수 있다. 이 앱이 인기를 끌자 KT와 LG유플러스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SK텔레콤은 또 통역콜 서비스의 앱스토어 승인 절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연내 출시가 목표다.
SK텔레콤의 통역 기능은 삼성전자와 구글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AI 서비스와 정면 경쟁을 펼쳐야 한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갤럭시 ‘S24’ 시리즈를 시작으로 향후 신작들에 생성형 AI 모델 ‘가우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기기 자체에 AI 기능(디바이스 AI)을 심었기 때문에 서버나 클라우드를 거치는 통신사들의 서비스보다 빠른 속도가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가우스를 기반으로 AI 라이브 통화 통역은 물론이고 문서 작성까지 돕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구글이 자사 스마트폰 ‘픽셀8’에 탑재하기로 한 ‘어시스턴트 위드 바드’도 마찬가지다. 구글의 생성형 AI ‘바드’와 AI 비서 기능 ‘구글 어시스턴트’를 결합한 기능이다. 어시스턴트 위드 바드는 음성뿐 아니라 이미지와 문서로 대화하며 사용자의 휴대전화와 G메일 등 다양한 앱을 연계해 준다. 쇼핑 목록 작성, 메일 요약 정리, 스케줄 관리 등 간단한 업무부터 복잡한 사무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다는 게 구글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할 무렵 벌어진 운영체계(OS) 전쟁이 재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당시 삼성전자 등도 자체 OS 개발에 나섰지만 목표만큼의 성과를 이루진 못했다. 삼성의 경우 결국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과 손을 잡아야 했다.
SK텔레콤을 위시한 통신사들의 AI 서비스가 시장을 선점할 경우 삼성전자와 애플 등 제조사들의 디바이스 AI는 설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통신사 파워가 보다 강해진다는 뜻이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틈새 시장을 노린 스타트업들의 ‘깜짝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휴메인은 옷깃에 붙여 사용하는 웨어러블 기기 ‘AI핀’을 이달 공개했다. 디스플레이가 없지만 음성과 터치를 통해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낼 수 있다. 이메일 요약과 대화 녹음 등까지 ‘AI 비서’ 역할을 하게 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조기업과 통신업체, 스타트업 등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출시하면서 경계를 넘은 경쟁 구도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