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 70주년 기념식 참석 전 취재진 질의 응답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3.11.23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발의한 이른바 ‘횡재세’ 법안에 대해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상생금융 방안을 놓고 ‘직권남용’이라는 비판을 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선 “수긍하기 힘들다”고 날을 세웠다.
23일 이 원장은 금융투자협회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의 이익에 대해서는 기여금, 분담금, 횡재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 중이지만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사안에 관해서는 ‘거위 배를 가르자는 것 아니냐’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횡재세 법안은) 굳이 비유하자면 마을에 수십년 만에 기근이 들어 다들 어려운 상황에서 거위 알을 한 알씩 슬기롭게 나눠서 쓰자는 상황에서 갑자기 거위 배를 가르자는 논의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최근 (발의된) 횡재세 법안은 개별 금융사의 사정에 대한 배려가 없고 일률적으로 이익을 빼앗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민주당은 14일 은행 등 금융회사가 일정 기준 이상의 이자수익을 냈을 경우 초과 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부담금을 징수하는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 원장이 해당 법안이 은행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한 것이다.
이 원장은 또 이 대표가 22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추진 방안에 대해 ‘자릿세’, ‘직권남용’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 “사안에 대한 몰이해”라면서 “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것에 대해 직권남용 운운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횡재세를 놓고 야권과 금융당국의 공방이 펼쳐진 가운데 올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연간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7000억 원 가까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16조5328억 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15조8506억 원)보다 4.3%(6823억 원)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지주 별로 보면 KB금융의 순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의 올해 순이익은 5조31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0.6%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4조7579억 원)과 하나금융(3조7306억 원)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0.5%, 3.0%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금융(3조132억 원)은 지난해보다 9.4%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이 원장은 이날 금융당국이 이른바 ‘핀플루언서(금융과 인플루언서의 합성어)’가 연루된 범죄 2~3건을 포착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명세나 영향력을 이용해 특정 종목을 추천하고 매수를 유도한 다음 차명 계좌로 매도해 이익을 실현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엄단해야 할 시장 교란 행위다. 수사력을 집중하고 경찰 등 수사기관과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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