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매물로 나온 국내 최대 해운사 HMM(011200)의 본입찰에 하림과 동원그룹이 참여했다. 현실적으로 중견그룹이 HMM을 감당하기엔 어렵다는 의구심에도 완주를 택한 것이다. 인수기업으로서는 종합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할 기회일 수 있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적자의 늪이 눈 앞으로 다가온 해운 불황에 따른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HMM의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한 결과 하림그룹·JKL 컨소시엄과 동원그룹이 참가했다. LX그룹은 예상대로 본입찰에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 7월20일 HMM 매각 공고를 게재하며 매각작업을 본격화했다. 지난 2016년 8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산은의 자회사로 편입된 HMM이 7년 만에 매물로 나온 것이다. 이후 동원, 하림, LX그룹을 인수적격후보자(쇼트리스트)로 선정하고 9월 실사작업을 거쳐 이날 본입찰에 나섰다.
앞서 업계에서는 지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HMM 본입찰이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당시 강석훈 산은 회장은 HMM 매각을 두고 “적합한 (인수) 회사가 없다고 판단되면 유찰도 당연하다”고 발언하며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렸다.
특히 인수전에 뛰어든 중견그룹 3사가 모두 자력으로 HMM을 인수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에서 논란도 계속됐다. 한때 1만3950원까지 떨어졌던 HMM의 주가는 1만6000원 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채권단의 매각 대상 주식 4억주의 가격을 예상하면 6조원대로 치솟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7조~8조원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었다.
그럼에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던 하림과 동원그룹이 종합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동원그룹은 동원산업 유상증자와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하림그룹은 해운 계열사인 팬오션(028670)을 중심으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재무적투자자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힘을 합치는 방식으로 자원을 조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산은은 이르면 이달 내로 최종 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끝낸 후 올해 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인수 후보들이 쓴 인수 금액이 매각 측 예정가에 미치지 못할 시 매각이 불발될 수 있다.
불황에 접어든 해운시장에서 HMM이 온전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든든한 ‘큰형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지난 3분기 HMM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당초 예측한 3분기 영업이익 1495억원에도 못 미치는 75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한 실적을 냈다. 물동량이 느는 컨테이너선 업계 최대 성수기인 3분기임에도 세계 2위 덴마크 머스크는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본격화한 HMM 노조의 반발도 부담이다. 육상과 해상으로 구성된 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인수예비업체로 선정된 기업들은 대부분 자기자본 조달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막대한 인수자금 조달에 소요되는 이자부담으로 승자의 저주라는 인수기업의 부실과 투자수익 회수에만 몰두하는 투기자본의 잔치로 변질될 수 있고 14조원에 이르는 유보자금도 해운업 투자가 아닌 인수기업의 다른 투자에 유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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