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1조6300억원 투입
대학과 연계해 우수 인력 양성
실리콘밸리서 찾아오게 만들어
“영국은 양자 분야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인력 양성 정책 덕분에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 중 한 곳이 됐습니다.”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만난 김명식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ICL) 교수는 영국의 양자 기술 생태계가 성숙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실제 맥킨지가 올해 4월 발표한 ‘양자 기술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집계된 영국의 ‘양자컴퓨터’ 분야 스타트업은 총 22곳으로 미국(72곳) 캐나다(28곳)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해까지 영국 양자 스타트업이 유치한 자금은 11억2800만 달러(약 1조4698억 원)로 이 역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영국에 양자 스타트업이 몰린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인재 양성 정책이 있다. 영국은 2014년에 민관 합동으로 10억 파운드(약 1조6300억 원)를 9년 동안 투자하는 ‘국가양자기술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2024년부터 10년간 양자 연구에 25억 파운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교수는 “양자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기 전인 2009년부터 영국은 ICL 등 주요 대학에서 박사과정생 100명을 배출해내는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현재 영국은 유럽연합(EU) 다음으로 양자 분야 ‘인재 밀도’가 높은 국가가 됐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100만 명당 양자 기술 관련 석사 수준 졸업생 수를 계산한 결과 EU(303명) 영국(217명) 러시아(164명) 순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인재가 밀집돼 있다는 의미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양자 기술과 관련한 신규 일자리는 717개였으나, 세계 양자 기술 석사 졸업생 수는 450명에 불과했다. 이순칠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장은 “전 세계적으로 연구를 하고 싶어도 관련 인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인재가 있는 곳에 연구와 기업은 몰리게 돼 있다”고 했다.
실제 영국 ICL 교수들이 공동 창업한 양자 스타트업 사이퀀텀은 투자 유치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마련했으나, 인력 확보를 위해 올해 영국 데어스버리 지역에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사이퀀텀 측은 “영국에는 좋은 양자 연구 인력이 많고 관련 인프라도 잘돼 있다”며 “영국 기업 및 대학과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영국에) 연구소를 마련하게 됐다”고 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자 분야에서 양국의 인재 교류가 활발해지면 한국 내 양자 생태계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런던=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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