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예상 뒤집고 “유효 경쟁 성립”
둘중 한곳이 6조원 중반대 써 낸듯
새주인 이르면 이달말 결정 예정
국내 1위 해운사 HMM(옛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놓고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매각자 측의 희망 가격이 높아 유찰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HMM의 새로운 주인은 이르면 이달 말 결정될 예정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이날 보유 중인 HMM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실시한 본입찰에 동원과 하림이 참여했다. 앞서 두 곳과 함께 적격인수후보군에 포함됐던 LX그룹은 불참했다.
산은은 이날 본입찰 서류를 접수한 직후 “유효 경쟁이 성립했다”고 밝혔다. 이는 입찰에 참여한 복수 기업 중 최소 한 곳 이상이 산은의 예정가격(예가) 이상으로 가격을 써냈다는 의미다. 산은 관계자는 “통상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기까지 1∼2주가 소요되지만 관계 기관 간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빠르게 선정해 연내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원과 하림은 상반된 청사진을 품고 HMM 인수에 출사표를 냈다. 동원은 육상 물류 사업을 펼치는 ‘동원로엑스’를 인수 주체로 내세웠다. HMM 인수를 통해 육상부터 해상까지 포괄하는 종합 물류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경우 한국투자금융그룹,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계획도 세워뒀다.
닭고기 가공, 생산, 유통업을 모태로 둔 하림은 2015년 회생절차에 들어간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해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화물 전용인 벌크선 위주인 팬오션과 컨테이너선 중심인 HMM을 하나로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심산이다. 8년 전 하림이 팬오션을 인수할 당시 공동인수자로 참여했던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이번에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우호 세력인 호반그룹도 하림이 발행할 예정인 영구채를 인수하는 식으로 측면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IB 업계에서는 두 곳 중 한 곳이 6조 원대 중반에 달하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동원과 하림 모두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어느 정도 입증한 상황”이라며 “누가 얼마나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느냐에 따라 HMM의 새 주인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매각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다. 다만 새로운 주인이 정해지더라도 산은, 해진공의 몫으로 남아있는 1조68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는 부담 요인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잔여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바꾸면 정부가 HMM의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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