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금통위 금리 '동결' 전망 높아
고물가·가계부채·성장 딜레마
10월 금통위서 '완화' 언급 나와
1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결정이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장에서는 딜레마에 처한 한국은행이 현재 기준금리를 7회 연속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치솟는 가계부채와 꺾이지 않는 물가는 금리 인상의 당위성을 높인다. 하지만 경기 부진과 취약차주와 부동산PF등 금융불안정에 대한 경계심은 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는 시장의 전망과 달리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선언에 따라 긴축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점도 동결 전망에 설득력을 더한다.
관전 포인트는 ‘만장일치’ 여부다. 10월 금통위에서 6명 위원 모두 ‘동결’로 의견이 일치됐지만, 세부 의견에서 인상과 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놔야 한다는 언급이 나왔기 때문이다.
◆ 가계빚 역대 최대…물가는 3%대
금리를 높여야 할 주장의 근거로는 잡히지 않은 물가가 우선 꼽힌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2.3%대로 내려왔지만, 8월 3.4%를 기록한 후 9월과 10월에는 각각 3.7%와 3.8%로 3%대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최근 물가 경로가 한은의 예측치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한은은 10월부터 물가 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과 유가 및 환율 불안정에 당초 전망을 벗어나 되레 상승세를 보였다.
국제유가 내림세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임시 휴전에도 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가운데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가능성은 고유가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질 못하고 있다.
다시 불고 있는 가계부채도 긴축 주장의 근거다. 올 3분기 가계빚은 1876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GDP 대비 100.2%로 주요 61개국 중 4위다.
한은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서는 정부의 미시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 약발이 더 이상 막히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높아지면 인상을 비중 있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경기 부진 전망↑…美 통화정책도 불확실
그럼에도 한은이 선뜻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는 근거도 만만치 않다. 우선 경기 부진이 꼽힌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더딘 경기 회복세와 미국 경기 냉각 가능성에 고금리 장기화에 우리 경제 회복세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 2.4%에서 지난 10월 2.2%로 낮춰 잡았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도 내년 한국 성장률을 2.3%에서 2.0%로 내리며 저성장 장기화가 예고됐다.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도 동결 가능성을 높인다. 11월 FOMC 이후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훌쩍 커졌지만, 연준은 여전히 고물가를 경계하며 인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11월 FOMC 의사록에서는 “물가를 잡기 위한 연준의 노력이 불충분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한은이 연준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기 힘든 이유다.
금융 불안정 우려도 동결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상반기 취약 차주는 300만명에 달하고, 비은행권의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21조원에 육박한다. 금리 인상은 부채 부담을 높여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 11월 금통위 ‘인하’ 소수 의견 나올까
11월 금통위 전망으로 동결이 우세한 가운데 관전 포인트는 위원들의 만장일치 여부다. 지난 10월 금통위에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의견이 나오면서다. 통상 금통위에서의 소수의견은 앞으로 금리 결정의 예고로 받아들여진다.
과거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등장하면 빠르면 다음달이나 늦어도 4~5개월 후에는 소수의견이 주장한 방향대로 금리가 조정되는 일이 자주 나타났다.
10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과 민간소비 회복세 약화, 주요국 긴축 기조 장기화 등에 따른 하방요인이 우세하다”면서 “국내외 금융시장과 성장 및 물가 추이를 관찰하면서 추가 긴축 또는 완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개인의 소신 발언으로 실제 금리 인하 의견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완화를 긴축과 함께 언급했다는 점과 최근 가계부채를 통화정책에 적극 반영하기로 하면서 섣불리 금리를 움직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 총재도 10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소수 의견에 대해 “당장 금리를 내리자는 의견은 아니다”며 “앞으로 3개월 기간으로 봤을 때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확대 해석에 경계했다. ,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물가와 가계부채가 아직 안정되지 못해 금리를 낮추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동결을 예상한다”면서 “가계부채와 꺾이지 않은 물가를 거론하며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는 긴축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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