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규제가 키운 오피스텔, 제대로 된 주거상품 되려면…[황재성의 황금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5일 08시 00분


1: 오피스텔, 업무와 주거의 이종교배 상품
2: 88올림픽이 낳고, 아파트 규제가 키웠다
3: 오피스텔 거주자 70% 이상, 40대 1인 가구
4: 정책 허점에 ‘깜깜이 관리비’ 등 문제 잇따라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오피스텔은 오피스와 호텔의 합성어로, 업무와 주거 기능을 겸한 건축물을 의미한다. 직주근접의 편리성을 선호하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사진은 세종특별자치시 전경 모습. 동아일보 DB
주택인 듯 주택 아닌 주택 같은 부동산 상품으로 불리는 게 있습니다. 바로 오피스텔입니다. 오피스(Office)와 호텔(Hotel)의 합성어로 업무와 주거 기능을 겸한 건축물입니다.

1980년대 중반 국내에 첫선을 보일 당시만 해도 사무실이 주된 용도였습니다. 하지만 택지난에 시달리는 도심지에서 아파트를 대체할 상품으로 주목받으면서 2010년 이후에는 준주택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에 맞게 규제도 조정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오피스텔 누적물량이 100만 실을 넘어섰고, 주거용 건축물 가운데 아파트-단독주택-다가구주택의 뒤를 이을 정도로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인구 구조 변화 추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그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최근 10년 간 폭발적으로 늘어난 공급과 이에 따른 수익률의 지속적인 하락,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분류되는 점 등은 오피스텔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오피스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정부 발표가 잇따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우선 국세청이 매년 고시하는 오피스텔 기준시가를 내년에 낮추기로 했습니다. 기준시가가 하락하는 만큼 오피스텔 소유자의 내년 세 부담은 줄어듭니다.

국세청은 지난 17일 발표한 ‘2024년 오피스텔 기준시가(안)’에서 전국 오피스텔 122만 실의 기준시가를 4.78% 하향 조정했습니다. 관련 고시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오피스텔 기준시가가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에 대다수의 언론은 ‘19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국세청은 실거래가나 시세를 기준으로 오피스텔에 대한 ▲양도소득세나 ▲상속세 및 증여세 ▲취득세, 산세 등 지방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부과합니다. 하지만 이를 산정하기 어려울 때 기준시가를 활용합니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17일 어린이집과 경로당을 오피스텔의 부속 용도로 인정해 용도 변경 없이 설치를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오피스텔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오피스텔에 어린이집, 경로당 같은 주민 공동시설이 허용됩니다.

현재 오피스텔은 주거 목적으로 이용하고 바닥난방도 설치할 수 있지만 아파트와 달리 건축물 용도 변경 없이는 어린이집 등 주민공동시설을 설치할 수 없습니다. 주민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뜻인데, 앞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시는 이에 앞선 지난 15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등 4개 지역에서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야 할 대상을 ‘아파트’로 한정한다는 내용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안’을 확정해 16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4곳은 투기적 수요 억제를 이유로 2020년 6월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세 차례 연장되며 이날까지 규제를 받아왔습니다. 이에 따라 오피스텔과 단독주택, 상가 등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조치들은 모두 오피스텔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도심지역 아파트 대체제로서 오피스텔의 공급 활성화를 위해선 보완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대부분 주거용으로 이용되며 규모도 대형화하고 있는데도 입법 사각지대가 많다는 것입니다. 오피스텔이 걸어온 길과 과제,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결 방안 등을 정리해겠습니다.

●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준비과정에서 탄생한 오피스텔
오피스텔 탄생에는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두고 추진한 도심재개발을 통해 지어진 사무실을 오피스텔로 활용하도록 정책적으로 장려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당시에 설치됐던 조형물이다. 동아일보 DB
국내 오피스텔 1호는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성지빌딩’입니다. 지하 3층~지상 17층 건물에 4개 층에 오피스텔이 있습니다. 시공사는 성지건설입니다. 이 회사는 누리집에 “지난 1984년 국내 최초로 오피스텔이라는 용어를 도입한 ‘마포 성지오피스텔’은 국내 오피스텔 문화의 효시가 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오피스텔의 탄생에는 ‘86 서울 아시안게임’(이하 ‘86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이하 ‘88올림픽’)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대학건축학회가 1987년에 발행한 논문집에 실린 ‘오피스텔의 건축계획 기준설정에 관한 연구’라는 4쪽 분량의 소논문에서 자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당시 마땅한 설계기준이나 관련 규정이 없는) 오피스텔의 타당성과 문제점을 검토하고, 계획기준이 되는 요소들을 건축적 해결방안으로 제안함으로써 오피스텔의 계획지침을 제시할 목적”으로 작성됐습니다.

논문은 오피스텔의 출현 배경에 대해 “사회 경제적인 변화로 기존의 호텔을 사무실화하거나, 복합건물 또는 아파트를 사무실로 변형시켜 이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처럼 내적으로 새로운 기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팽배해지면서 오피스텔이 개발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직접적인 원인으로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꼽았습니다. “서울시가 (두 개의) 국제행사를 앞두고 도심재개발을 추진하면서 도심에 사무용 빌딩 신축이 활발해지고, 공급 과잉이 야기되자 새로운 형태의 사무실이 필요해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88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수요가 늘어날 외국회사의 지점 및 바이어들의 국내 연락사무소가 필요하게 되자, 도심재개발사업을 통한 사무실을 오피스텔로 활용하는 게 정책적으로 장려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다원적 산업구조에 따라 직업과 업종이 다양화되고, 중소 기업체가 활성화 전문화되면서 규모는 작지만 짜임새 있는 사무실이 필요해진 점 ▲정보화 사회에 맞춰 소규모 업체에서도 사무자동화 기기의 공동사용이 요구된 점 등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논문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여건 속에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여 사회성을 높이려는 사업자들의 의지가 합쳐져 오피스텔이 개발됐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후 1988년 건축법을 통해 오피스텔은 제도화됐고, 2010년 이후 주택법에 기숙사, 다중생활시설, 노인복지주택과 함께 준주택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특히 집값이 급등할 때마다 아파트의 대체제로서 주목받으면서 오피스텔 공급은 크게 늘어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부동산 경기 상황에 따라 정부가 바닥난방 허용 여부와 허용 면적, 욕실, 전용출입구 설치 등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일을 반복했고, 그 때마다 오피스텔 시장도 부침을 겪어야 했습니다.

● 수도권에 전체 오피스텔 70% 이상 입지
오피스텔은 수도권에 전체 물량의 70%가 집중돼 있고, 거주자의 70% 이상이 40대 1인 거주자였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 가깝고, 직주근접에 유리하다는 입지 특성에 젊은 층이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은 광화문 사거리에서 촬영한 출근길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동아일보 DB
오피스텔은 현재 전국적으로 122만 실 규모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70~80%는 주거용으로 활용됐고, 주이용자는 40대 이하 1인 가구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논문 ‘오피스텔 100만 호 시대, 성과와 과제’에 담겨진 내용입니다. 이 논문은 2022년에 전국 오피스텔 총 물량이 100만 실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공급 ▲수요 ▲투자자 측면에서 오피스텔의 특성과 보완과제 등을 분석한 것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주택 유형별 재고를 분석한 결과 오피스텔(2021년 6월)은 94만 1737실로 집계됐습니다. 아파트(1083만 채)-단독주택(356만 채)-다세대주택(199만 채) 다음이고, 연립주택(45만 채)보다는 2배 이상 많은 물량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에 전체 오피스텔의 70.1%(66만 559실)가 위치했습니다. 특히 서울에 29.9%(28만1346실)가 몰렸습니다. 전체 주택의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비중이 각각 46%, 54%입니다. 또 인구 역시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율이 50대 50으로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지역에 오피스텔 수요가 집중돼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피스텔의 80% 내외가 도시철도역 직선거리 3km 이내에 자리했습니다. 특히 역세권으로 불리는 도시철도역과 직선거리 500m 이내에 위치한 오피스텔이 전체의 44.0%(41만4000실)에 달했습니다.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본사)에서 직선거리로 반경 3km 이내에 있는 오피스텔도 전체의 78.0%나 됐습니다. 2017년 기준 서울 거주 직장인의 평균 출퇴근 거리가 13.3km입니다. 오피스텔이 그만큼 직주근접에 유리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피스텔 거주자 분석은 1190가구를 표본으로 실시됐습니다. 그 결과 1인 가구 비중이 73.4%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연령대는 40대까지의 비중이 77.4%에 달하고, 나이가 젊을수록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비중이 높았습니다. 젊은 계층이 오피스텔을 선호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입니다.

이들이 사는 오피스텔의 66.9%는 원룸형이었고, 91.2%는 가구 및 가전제품이 제공되는 풀옵션 형태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평균 전용면적은 40㎡였습니다. 다만 자가(67.2㎡)가 가장 넓고, 순수월세(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임대방식)가 25.9㎡로 가장 작았습니다.

임대주택으로 활용되는 비율이 80.4%였는데, 보증부 월세(전세금 형태의 보증금과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방식)가 57.9%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보증부 월세의 보증금 규모는 대부분 3000만 원 미만(88.3%)이었습니다.

● 헷갈리는 정책 체계 등은 오피스텔 활성화에 걸림돌

오피스텔은 헷갈리는 정책 체계로 적잖은 민원과 법적 분쟁을 낳고 있다. 특히 ‘깜깜이 관리비’는 큰 불만을 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직원이 오피스텔의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이다. 동아일보 DB
오피스텔은 이처럼 수도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직주근접에 유리한 입지적인 특성에 아파트 대체상품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제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적잖은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투명하지 못한 관리비입니다. 이에 따른 불만도 매우 큽니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이 최근 자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8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오피스텔 거주자의 88.4%가 “관리비가 비싸다”고 응답했을 정도입니다.

관리비는 일반적으로 공용관리비와 전용관리비로 나뉩니다. 그런데 이를 정확하게 구분 표시하는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공용면적(복도, 주차장, 계단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실거주 면적 대비 공용관리비가 높게 나옵니다.

여기에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집합건물에 속해 관리비를 세부적으로 정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오피스텔 건물 관리단이 관리비를 임의대로 책정할 수 있고 세입자들에게 정확한 관리비 내역을 알려주지 않아도 돼 ‘깜깜이 관리비’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9월 21일 ‘중개대상물의 표시·광고 명시사항 세부기준’(이하 ‘기준’)을 개정 고시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원룸·오피스텔 등 소규모 주택에서 10만 원 이상의 정액관리비가 부과될 경우 ⓵일반관리비와 ⓶사용료(전기·수도료, 난방비 등) ⓷기타 관리비로 구분해 세부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5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다만 이를 활용할 공인중개사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내년 3월 말까지는 계도기간으로 운영됩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의 활용도가 정부 기대를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13일 본인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지난 9월 16일부터 관리비 세부 내역을 입력하도록 의무화했지만, 플랫폼 중개 물건 중 겨우 2% 정도만 세부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을 정도입니다.

오피스텔 건축기준과 요건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지만 금융이나 청약에서는 비주택으로 하고, 일부 세제는 주택으로 취급하는 등 혼란스런 정책 체계도 문제입니다. 이로 인해 민원이나 법적 분쟁 소지가 적잖습니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오피스텔 제도 개선방안 연구’에서 이와 관련해 “오피스텔의 법적 위상을 명확히 해서 혼선을 일으키는 정책 체계를 개선하고, 오피스텔과 주택 간 형성 문제를 최소화하는 한편 기존 오피스텔과 신규 오피스텔 간 간극 최소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오피스텔 관리수준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과 함께 오피스텔 사용 용도 신고 의무화, 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습니다. 주거용과 업무용으로 구분 사용되면서 세금 절세나 회피를 위한 허위신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고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과태료 처분 등과 같은 행정처분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건축기준 강화를 통한 주거 여건 개선 ▲실제 사용용도에 부합하는 과세 체계 적용 ▲오피스텔 정책 모기지 지원상품 확대와 규제지역 적용 등과 같은 제도 개선도 주문했습니다.

88올림픽이 낳고, 아파트 규제가 키웠지만 여전히 주택인 듯 주택 아닌 부동산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오피스텔은 제대로 된 주거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관련 정부 정책 담당자들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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