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변화 모색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7일 03시 00분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학생 중심 문화예술교육 미래 비전 시리즈 포럼’ 개최
“지역 사회와 연계한 학생 주도형 예술 교육 늘려야”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전환과 비전에 대해 논의한 문화예술교육 유관학회 공동 라운드테이블 토론 모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전환과 비전에 대해 논의한 문화예술교육 유관학회 공동 라운드테이블 토론 모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박은실, 이하 교육진흥원)이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전환을 위한 미래 과제를 내다보는 ‘학생 중심 문화예술교육 미래 비전 시리즈 포럼(이하 학교 포럼)’을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3차례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를 맞아 미래 교육과 사회 환경 변화에 발맞춘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발전 방향 및 현장에서의 실천 방안을 마련하고자 열렸다. 미래 사회의 주역인 학생과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변화와 나아갈 길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변화를 향해
학생 중심 문화예술교육 미래 비전 시리즈 2차 포럼의 문을 연 ‘예술로 탐구생활’ 참여 연천초 학생들의 오프닝 연극 무대 장면.
학생 중심 문화예술교육 미래 비전 시리즈 2차 포럼의 문을 연 ‘예술로 탐구생활’ 참여 연천초 학생들의 오프닝 연극 무대 장면.
“무대 위에서 배우가 가장 중요한 줄 알았는데 직접 연극을 준비해 보니 무대 뒤에서 함께하는 스태프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예술로 탐구생활’ 참여 학생 서울연천초등학교 6학년 1반 정제아)

지난 22일 진행된 2차 포럼은 ‘학생 중심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미래 발전 방향과 실천 방안’을 주제로 ‘예술로 탐구생활’에 참여하는 연천초등학교 학생들의 오프닝 연극으로 포럼의 문을 열었다. 가상과 현실이 혼재된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일상을 연결해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한 연극이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연출·기획을 담당하고 배우로 무대 위에 섰다. 학교 교실을 벗어나 갖춰진 무대에서 열연한 아이들을 향한 관객의 환호가 뜨거웠다.

‘예술로 탐구생활’은 예술가와 교사가 협력해 학생의 삶과 밀접한 주제를 탐구하는 주제 중심 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으로 학교 문화예술교육 다각화의 일환으로 2021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오프닝 연극을 이끈 참여 그룹 ‘딴짓’의 차화연 예술가는 “아이들의 삶을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예술로 탐구생활’ 참여 경험과 성과를 나눴다. 특히 주제 선정부터 모든 과정을 교사와 함께 논의하고 개발하며 예술과 교육의 균형을 맞춰갈 수 있었던 점이 유의미했다고 전했다.

또 하나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시도로 ‘예술로 링크’ 사업이 있다. ‘예술로 링크’는 다양한 지역 자원이 연계된 학교 수요 맞춤형 프로젝트로 문화예술교육 전문가가 학교 안 교육자의 역할을 넘어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주체가 돼 지속가능한 문화예술교육의 토대를 만드는 지원 사업이다.

‘예술로 링크’에 참여하고 있는 이바로 교사(경기 양평초)는 예술과 학교 교육 과정과의 연결뿐 아니라 매개자의 도움으로 예술가 및 지역 자원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더욱 풍성한 문화예술교육을 할 수 있던 점이 유익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교사의 태도 변화가 고무적인 성과라며 본 프로젝트 사례가 더욱 확산돼 마을과 학교, 교사, 아이들이 예술로 모두 연결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학생이 중심이 돼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23일에 열린 3차 포럼에서는 ‘동시대 이슈 기반 학교 문화예술교육 확산 전략’을 주제로 교육진흥원이 문화 소외 지역의 작은 학교를 집중 지원하는 ‘예술꽃 씨앗학교’ 사업과 더불어 올해 새롭게 시도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기반 학교 문화예술교육 모델 개발 프로젝트’ 추진 사례 등을 소개했다.

올해 교육진흥원은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서 인류가 공동으로 겪는 전 지구적 이슈를 인식하고 실질적인 행동 변화와 지역사회 확산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문화예술 활동에 접목한 청소년 주도형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개발해 전국 4개 권역별(강원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문화 소외 지역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했다.

경남전자고는 학생자치회를 중심으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를 목표로 콘텐츠를 개발했다. 학생들은 콘텐츠 개발과 실행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실생활에서의 SDGs 실행 방법을 Z세대의 눈높이에 맞게 구성했으며 학교 종소리를 캠페인 송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확산 활동을 펼쳤다. 경남전자고 신보은 교사는 “자연스러운 예술 활동을 매개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중요성을 학생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였다”며 텀블러 사용의 생활화 프로젝트 ‘텀블러버’ 사례를 공유해 공감을 끌어냈다.

미래 세대 위한 전환 방향 모색
22일 개최된 2차 학교 포럼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 발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환경의 급격한 변화, 기술 발전에 따른 디지털 전환 등 미래 교육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11개 문화예술교육 유관 학회와 협력해 사전 라운드테이블을 추진, 논의 의견을 확장함으로써 다양한 비전을 제시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수원대 김석범 교수의 ‘미래,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나’ 기조 강연에 이어 5개 문화예술교육학회가 모여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전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단국대 이보림 교수(한국문화교육학회 학술이사)는 오스트리아의 무직슐레(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정착된 학교 연계형 지역 내 음악교육 기관) 사례를 분석해 이에 기반한 한국형 아츠 슐레의 방향성을 제안하며 학생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유관 기관 간 유기적 거버넌스와 예술가와 교사의 협업을 위한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예술 지도자 육성을 위한 예술대학 역할을 강조했다.

한승모 교사(남산초등학교·한국음악교육학회 부회장)는 개별화되고 있는 사회, 디지털 전환에 “삶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교육 과정의 연계, 학생자치 문화 강화뿐 아니라 지역의 유휴 공간 활용과 지역 거점 문화예술교육기관의 정착 등 학교 밖 지역 연계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상 교수(청운대·한국사진교육학회)는 스마트폰이야말로 지금의 아이들에게 가장 확실한 퍼실리테이터일 것이라는 가정하에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연결성 △모빌리티 △데이터를 활용한 확장된 현실 경험 △문화적 다양성과 접근성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고령사회로 진입한 지역 청소년의 문화예술교육이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희 교수(우석대·한국무용학회)는 일상에서 자기 경험을 표현하는 것에는 기술이 아닌 예술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실제와 가상의 영역을 넘나드는 알파세대에게 소통과 공감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더욱 필요하다”며 “디지털 기술과 예술교육의 융합은 학생들의 흥미와 재미, 보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며 상상력을 확장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도구로 사용됨으로써 인간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서울 상암동 YTN홀에서 양일간 진행된 2차, 3차 포럼에서는 예술꽃 씨앗학교, 예술로 탐구생활, 예술로 링크 등 교육진흥원의 학교 문화예술교육 주요 사업 성과에 대한 아카이빙 전시도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의 역할 모색
지난 2월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교육진흥원과 건축공간연구원(AURI)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양 기관의 내실 있는 협력의 결과로 1차 포럼 ‘아동의 성장과 돌봄을 위한 공간복지와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공동 기획했다.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자원이 아동의 성장과 돌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색하는 자리로 이영범 원장과 강현미 부연구위원(건축공간연구원), 유우석 해밀초 교장과 김지연 문화기획자, 이태수 원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현철 원장(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교육진흥원의 노준석 본부장이 함께했다.

미래 세대 아이들을 위해 지역사회의 역할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정책 자원으로서 공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균형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건축공간연구원 강 부연구위원은 “아동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놀이에 들어갈 수 있는 ‘놀이자원망’으로서 학교 공간이 중요하다”며 학교 공간이 지역사회 공간으로 확장되고 이 안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문화예술교육을 결합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교육진흥원 관계자는 “교육의 중심인 학생과 학교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변화와 나아갈 길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미래 세대인 학생을 중심으로 다양한 학교 문화예술교육 활동이 만들어지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학계 전문가와 전문 기관과의 협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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