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점의 디지털 혁명 〈1〉
강원 원주시 ‘하나리더태권스쿨’
강사-원생 모두 신나게 익히기
지원 받아 도입한 스마트 기기… 학습 효과 높고 비용 절감까지
“태권도장에서만큼은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강원 원주시 단구동의 한 태권도장.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이곳에는 여느 태권도장과 다른 특별한 장치가 숨겨져 있다. 기합 소리 대신 신나는 음악이 도장을 가득 채우고, 원생들은 음악에 맞춰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발차기 훈련을 한다. 다른 곳에서 1년 안에 배우는 태권도 기술을 이곳에서는 1년 반 정도 걸려 배운다. 기술을 빠르게 익히기보다는 태도부터 바르게 배우는 인성 교육에 집중해서다. 이곳은 아이들을 다그치지 않고, 예절을 강조하는 교육관을 바탕으로 2015년 문을 연 ‘하나리더태권스쿨’이다.
하나리더태권스쿨을 운영하는 이대현(49), 우종화(44) 대표는 원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아빠 관장님’ ‘엄마 관장님’으로 불린다. 부부가 함께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마치 자녀를 대하듯 원생들을 가르쳐서다.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우는 1시간 동안만큼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강압적인 교육을 지양한다. 그러나 예절만큼은 엄격히 가르치고자 학부모들에게 전화해 아이들이 평소 존댓말을 쓰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승급 심사에서 떨어뜨리기도 한다. 이런 특별한 교육관이 입소문을 타며 하나리더태권스쿨의 원생은 개원 2년 만에 200명 이상으로 늘었다.
● 원인 모를 심정지 후 교육관 변화
하지만 늘 탄탄대로를 달린 건 아니었다. 이 대표는 2004년 인천에 첫 태권도장을 개원했지만 9개월 만에 폐업했고, 이후 경기 평택에서 연 식당도 동업자와의 갈등으로 그만뒀다. 두 차례의 사업 실패 후 아내인 우 대표가 운영하던 경기 남양주의 한 태권도장에서 함께 일하던 이 대표는 2013년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잠을 자던 중 심정지가 찾아온 것이다. 이를 발견한 아내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고 구급차를 통해 긴급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의료진이 30분 넘게 심폐소생술을 한 덕에 맥박이 돌아왔다. 더 큰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정지를 또 한 번 겪은 그는 결국 서울의 한 대형 병원으로 이송됐다. 담당의는 아내에게 “맥박은 돌아왔지만 깨어날 수 있을지는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 날 의식을 찾은 그를 보고 의료진은 모두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후 정밀 검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담당 의사의 권고에 따라 재발을 막기 위해 인공 심장 박동기 시술을 받았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도시 생활도 청산했다. 남양주의 태권도장을 정리하고 고향인 원주로 돌아와 개원한 곳이 바로 지금의 하나리더태권스쿨이다. 이전에는 도시 내 다른 태권도장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학습 효과까지 극대화하려다 보니 원생들을 강하게 가르치고 때론 혼도 냈었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 경험을 계기로 원주에서는 교육관을 180도 바꾸게 된 것이다.
● 스마트 기기로 학습 효과 제고
올 8월에는 아이들의 흥미와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스마트 운동 기기를 도입했다. 원생들이 정확한 동작으로 목표 지점을 손이나 발로 타격하면 점수가 자동으로 기록되는 ‘제미타 전자 겨루기 시스템(제미타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사범이 아이들의 자세를 일일이 지도했다면 제미타 시스템 도입 이후에는 아이들이 스마트 기기의 목표 지점에 타격을 가하며 스스로 학습할 수 있어 원생과 지도진의 만족도가 모두 높은 편이다. 이 시스템에 대해 이 대표는 “원생들이 점수를 내기 위해 목표 지점에 정확히 타격하도록 자발적으로 훈련한다”며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반복 지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지도진의 감정 소모를 줄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스마트 기기를 도입할 수 있었던 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지원 덕분이다. 평소 구매하고 싶었지만 460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망설이던 중 지인을 통해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진행하는 ‘스마트 상점 기술 보급 사업’을 알게 됐다. 소상공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속화된 디지털 경제에 적응하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는 매장에 최대 5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 선정된 이 대표는 제미타 시스템 도입에 필요한 금액의 70%를 지원받았다. 원생 스스로가 스마트 기기를 통해 정밀하고 정확한 훈련을 수행할 수 있어 보조 사범을 채용하는 효과도 누리고 있다. 이 대표는 “아이들과 지도진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인건비를 절감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며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에게 이런 지원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스마트 상점 기술 보급 사업은 인건비 상승, 구인난 확산 등의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한 소상공인을 위해 지난해 6739건의 맞춤형 스마트 기술 보급을 지원했다. 효율적인 매장 운영을 위한 키오스크, 서빙 로봇 등의 기술 보급이 인건비 절감 및 매출 증가로 이어져 수혜를 받은 소상공인의 94.4%가 지원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지원에 힘입어 회비 결제, 운영 시간 안내 등을 해주는 키오스크와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개수가 기록되는 줄넘기 등 다른 스마트 기기도 도입할 예정”이라며 “아이들이 재미와 효율적인 학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스마트 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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