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락 LG AI연구원 최고과학자
“전통적 AI와 달리 비정형 변수 반영
상품 수요-원자재 값 예측 등에 활용
AI 규제, 누진세처럼 차등 적용 필요”
“LG의 새 인공지능(AI) 프로젝트 ‘퓨처 캐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금융업,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미래 예측 서비스죠.”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난 이홍락 LG AI연구원 CSAI(최고AI과학자·부사장)는 LG의 새로운 AI 발전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부사장은 구글의 AI 연구조직 ‘구글브레인’에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로 일했던 2013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서 세계 10대 AI 연구자로 선정된 바 있는 석학이다. 2020년 12월 LG AI연구원에 합류해 그룹의 AI 전략 및 연구를 이끌고 있다.
이 부사장은 퓨처 캐스트의 활용 영역과 관련해 “AI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이 금융 상품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거나, 상품 시장 수요 및 원자재 가격을 예측하는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부사장은 “전통적인 AI가 정형화된 시계열 예측을 중심으로 모델링됐다면 LG 퓨처 캐스트는 일반적인 모델에서 고려하지 않는 비정형 변수까지 모두 반영하는 방식”이라며 “가격과 시장 상황을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LG는 상위 1% 전문가들을 위한 AI를 추구한다. 올 7월 선보인 초거대 AI ‘엑사원 2.0’은 정보의 신뢰성과 전문성에 특히 집중했다. 전문가용 대화형 AI인 ‘엑사원 유니버스’, 신소재·신물질·신약 개발을 돕는 ‘엑사원 디스커버리’, 이미지에 특화돼 창의적 발상을 돕는 ‘엑사원 아틀리에’ 등 세 가지 플랫폼으로 구성됐다. 2021년 12월 내놨던 엑사원보다 학습 데이터 양이 4배 이상 늘었고 이 중 50∼90%를 AI, 화학, 바이오, 금융 등 영역별로 공신력 있는 전문 데이터로 채웠다.
이 부사장은 “현재 범용 AI는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전달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 등 흠이 많아 비즈니스 현장에 바로 적용하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LG는 특정 영역에 집중해 관련 전문지식을 학습하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 수준 이상의 성능을 낼 AI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퓨처 캐스트 역시 전문가 AI를 지향하는 모델”이라며 “엑사원 2.0과는 다른 새로운 이름으로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사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AI 규제와 관련해 “혁신을 과도하게 막지 않으면서도 위험성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규제가 오히려 거대 기업과 후발 주자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빅테크 등 AI의 영향력이 큰 곳에 누진세처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부사장은 앞으로 사람들이 AI를 통해 똑똑한 비서를 하나씩 두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6년 구글 알파고가 한국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승부를 겨룰 때 사람들이 AI의 가능성에 대해 인식했다면,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이제는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사장은 다만 “앞으로 AI를 다룰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생산성 격차가 벌어져 이를 좁히기 위한 사회적 지원도 필요할 것”이라며 “AI 교육을 대중화하고 난이도를 최대한 낮춰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안전망을 잘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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