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울산, 경남 진주시, 충남 공주시, 경북 경산시, 서울 강동구, 충북 제천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2주간 방문한 현장이다. 이틀에 한 번꼴로 현장을 방문한 그는 14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수도권 철도차량정비단을 찾아 흰색 방제복을 입고 방제약을 뿌리는 모습을 보여줬고, 16일 울산에선 그린벨트로 묶인 현장을 방문해 “모든 권한을 동원해 울산의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17일 진주시, 20일 공주시, 22일 경산시, 26일 제천시에 가서는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신설 같은 지역 민원을 해결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하는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냈다.
최근 국토부 안팎에서는 원 장관을 두고 정치인 행보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장을 중시한다는 걸 감안해도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한 행보가 유독 잦아졌다는 것.
실제 원 장관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만든 주민 간담회에 참석해 지역 민원을 듣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구로구와 강동구를 빼면 모두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역구로 둔 곳들이다. 논의 내용도 대부분 지역에서 오랫동안 민원을 냈던 숙원 사업들 위주였다. 사업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사업도 상당수 포함되는 등 당장 시급하지 않은 현안이 적지 않았다. 장관 스스로 ‘빈대 방제’에 나섰지만, 정작 코레일에선 빈대 신고가 ‘0건’인 점도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공무원들, 이른바 ‘늘공’들은 수장의 빈자리를 귀신같이 안다. 장관이 지역 민심 잡기에 집중하는 사이 국토부 내부에서는 ‘장관의 여의도행’을 놓고 술렁인다. 최근 원 장관 행보를 두고 한 사무관은 “마음은 이미 여의도에 가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했다. 관가에서는 “그래도 아직까진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국무위원인데 보여주기식 행보가 잦지 않느냐. 임기 말에 ‘어공’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안타까워했다. 공직선거법 9조는 어공이든 늘공이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이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국토부엔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실거주 의무 폐지, 재건축초과이익 완화 등 주요 법안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촉발된 지입제 폐지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 선상에조차 아직 오르지 못했다. 원 장관 스스로 원점으로 되돌린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은 진전이 거의 없다. 모두 원 장관이 적극 추진을 약속했던 사안들이다. 그는 이번 주에도 부산 등을 찾는다. 원 장관 스스로 현직에 충실하다고 여긴다면 자신이 해결을 약속한 주요 현안들을 매듭짓는 책임감과 실행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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