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와 수출 감소, 소비 위축 등이 겹치면서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고 있다.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빚을 추가로 내면서 기업부채가 가계부채 못지않게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 분석’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91만206개 중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한계기업 비율은 42.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해당 조사가 시작된 후 가장 높은 수치로, 2021년(40.5%)보다 1.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돈다는 건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부실기업이 늘면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기업 대출 연체율은 0.42%로 지난해보다 0.19%포인트 높아졌다.
한국의 기업부채 규모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큰 편에 속한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최근 발표한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非)금융기업 부채비율은 126.1%로 조사 대상 34개국 중 홍콩(267.9%), 중국(166.9%)에 이어 세계 3위였다.
직전 분기 대비 부채비율 증가 폭은 5.2%포인트로 말레이시아(28.6%포인트) 다음으로 컸다. 전년 대비 증가 폭도 5.7%포인트로 러시아(13.4%포인트), 중국(8.6%포인트)에 이어 3위였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기업부채가 늘면서 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은 세계 2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IIF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은 전년 대비 약 40%로 네덜란드(약 60%)에 이어 조사 대상 17개국 중 2위였다.
실제로 대법원에 따르면 올 1∼10월 파산 신청 법인 수는 1363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817개)보다 66.8% 급증했다. 이는 최근 10년간 파산 법인 수가 가장 많았던 2021년(1069건)의 연간 수치를 뛰어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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