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최고 고용률 63.3% 착시 효과
주17시간 미만 초단기 일자리 증가
‘고용지표-실제 일자리’ 편차 발생… 사실상 실업 ‘쉬었음’도 반영 안돼
“머릿수 기준 고용통계 보완 필요”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이모 씨(65)는 올해 초부터 일주일에 2차례 이웃 가정집을 방문해 집 청소를 해주고 월 40만 원을 받고 있다. 1차례 방문 때 2시간 정도를 일해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4∼5시간 정도다.
이 씨처럼 주 17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가 최근 증가함에 따라 기존 고용지표가 실제 일자리 사정보다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 통계에 따르면 10월 기준으로 고용률은 63.3%로 역대 최고, 실업률은 2.1%로 역대 최저를 나타내고 있다. 지표만 보면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고용 부문은 호황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감안해 다시 계산하면 실제 고용 사정은 통계 숫자보다 열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풀타임 환산했더니 청년-노인 취업자 급감
현재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통계는 머릿수를 기준으로 취업자를 계산한다. 이 때문에 이 씨처럼 일주일에 몇 시간만 일해도 취업자 1명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영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주로 활용하는 ‘전일제 환산(FTE)’ 기준 고용통계를 보면 문제가 달라진다. FTE 취업자 수는 일주일에 40시간 일한 사람을 1명으로 산정한다. 일주일에 20시간을 일하면 전일제 환산 시 0.5명, 60시간 일하면 1.5명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 국내 FTE 취업자 수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는 579만1000명으로 통계청 발표 공식 취업자 수(651만8000명)보다 72만7000명 적게 나타났다. 통계청 발표 숫자의 약 11.2%가 줄어든 셈이다. 청년층(15∼29세) 역시 지난달 FTE 취업자 수가 359만2000명으로 통계청 취업자 수(386만6000명) 대비 27만4000명 적게 집계됐다. 이는 60세 이상 고령층과 청년층의 경우 주 4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단시간 일자리의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단기 근로자 추이에 따라 FTE 고용통계도 등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10월 기준 15세 이상 FTE 취업자 수는 2019년엔 통계청 취업자 수보다 약 72만 명 더 많았지만 지난해엔 통계청 취업자 수보다 약 301만 명 적게 나타났다. 이 기간 17시간 미만 일한 초단기 근로자가 183만9000명에서 236만9000명으로 28.8% 늘었기 때문이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8년경부터 단시간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고용통계가 부풀려졌다”며 “취업자 수가 크게 늘더라도 상당수가 단시간 근로자라면 고용시장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회에서도 FTE 고용통계를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장 출신 유경준 의원은 고용정책 수립 과정에서 FTE 고용률을 활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이달 20일 대표 발의했다. 유 의원은 “고령층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시간제·단기 일자리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1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간주하는 기존 고용통계의 한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통계 반영 안 되는 ‘사실상 실업자’ 수두룩
일자리 통계의 착시를 일으키는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청년층에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쉬었음’ 통계다. 취업 준비나 학업 등을 하지 않고 쉬었다고 응답한 청년은 올해 1∼10월 평균 41만 명으로 5년 전보다 31%가량 늘었다. 이처럼 고용통계 조사에서 ‘쉬었음’이라고 답한 경우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고용률이나 실업률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사실상의 실업자임에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정부 재정을 투입해 만드는 노인 일자리도 고령층 고용률을 부풀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재정지원 노인 일자리는 88만3000개로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의 13.5%에 달한다. 재정지원 일자리는 2018년 51만 개에서 5년 만에 73.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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