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친환경 항만물류투자로 ‘해양 영토’ 확대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30일 03시 00분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항만은 수출입 화물을 처리하는 물류 플랫폼으로서 반도국가나 섬나라처럼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다. 중국의 국영선사 코스코가 2016년 그리스의 관문항인 피레우스항을 전격 인수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지중해 3대 컨테이너항인 피레우스항을 중국에 넘겨준 사건은 우리나라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을 외국에 넘겨주는 것과도 같은 것이었다.

오늘날 항만물류터미널 확보가 해운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며 공급망 수직 계열화를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글로벌 선사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유럽의 대표 선사인 머스크가 전 세계 물류거점에 59개 터미널을 운영하고, 중국의 코스코도 49개의 터미널을 확보하며 해양 영토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선사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잃어버린 물류 공급망을 아직 복구하지 못하고, 현재 대만과 스페인 등 9개 터미널을 운영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거점 항만 부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이 발생했던 당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전 세계 주요 항만 터미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운영을 제한하면서 자체 물량을 우선 처리했고, 우리 수출 화물을 실은 국적 선사 선박들은 항만 터미널 외곽에서 한 달 이상을 기약 없이 대기해야만 했다. 우리 수출기업 상당수가 납기 지연과 물류비 상승으로 인해 수출처가 중단되는 고통을 겪었고 한국 수출경쟁력 또한 크게 약화됐다.

국제해사기구와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해양환경 규제가 크게 강화됐다. 전 세계 모든 화물선을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하는 게 의무화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수소 등 친환경 연료 공급 가능 여부가 항만물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도 2030년까지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고 국내 항만에 입항하는 친환경 연료 추진 컨테이너 선박의 비율을 2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 수출기업들의 물류비 절감과 친환경 항만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항만물류금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국내외 항만개발 사업, 해외 항만물류 사업 및 선박연료 공급업에 대한 금융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사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어 공포됐다. 이번 법 개정은 국가 신용등급과 동일한 공사의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국내외 항만물류 터미널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 및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구축을 위한 금융 지원의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앞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항만물류 투자를 적극 확대해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지원하고 우리 항만들이 동북아 친환경 연료공급 거점 항만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지원을 강화해 한진해운 파산 이후 글로벌 물류 거점의 주요 항만터미널을 외국에 매각했던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양산업의 안전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친환경 항만물류투자#해양 영토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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