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권이 올해 3분기까지 14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예대 마진이 줄며 적자폭이 쌓이는 데다 연체율도 꾸준히 증가하며 금융당국이 관리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건전성 관리가 잘 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고금리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권 전체 3분기 누적 순손익은 1413억원으로 전분기(-950억원)대비 적자폭이 453억원 확대됐다.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예대금리차가 계속 하락하며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까닭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하반기 6%에서 올해 상반기 4.7%로 떨어졌다가 3분기 소폭 회복한 4.9%에 그쳤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금리급등기에 발생한 수신경쟁 여파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의 높은 예금금리를 따라잡으러 무리하게 금리를 끌어올렸는데, 그 여파로 올해 1~9월까지 지출한 이자비용만 4조480억원으로 지난해 1~9월(1조9674억원)의 2.1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업계가 벌어들인 수입 이자는 1.2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보통 고금리는 금융사들에 호재로 다가오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벌어들인 수익보다 비용이 2배 가까이 큰 까닭에 오히려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중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업권 특성상 고금리 기조는 저축은행 업권의 건전성 지표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대출 회수가 점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수익성 또한 떨어지고 있다.
3분기 저축은행 업권 연체율은 6.15%로 전분기(5.33%)대비 0.82%p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6.40%로 전분기 대비 0.79%p 올랐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저축은행 연체 채권 관리 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에 들어간다.
다만 금융당국과 업계에선 저축은행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해놓은 상태기 때문에 연체율 상승이 시스템 위기로까지 번질 우려는 낮다고 보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의 9월말 BIS비율은 14.14%로 법정기준치의 2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동성 비율도 139.26%로 법정기준치(100%)를 웃돌고 있다. 특히 지난 연말 예금금리 인상으로 발생한 과잉 유동성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지난 연말 177.09% 수준이었던 저축은행 유동성 비율은 수신 과열 경쟁으로 올해 3월(244.84%)과 6월(316.39%)까지 과도하게 증가했다. 지난 연말 끌어들인 예금 만기가 올 하반기 차례로 도래했지만 저축은행 업권은 무리하게 금리를 올리는 대신 수신고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힘을 썼다.
하지만 내년에도 근본적인 실적 개선까지 기대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고금리 상황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한 건전성 지표와 대출 영업 환경이 개선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금리인상이 멈춘다는 기대가 있지만 인하까지 가기에는 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며 “계속 버티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보고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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