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컬처의 정체성을 공예에서 찾는다[기고/전병극]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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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공예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2022 공예트렌드페어’의 입장객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2만여 명에서 7만7000여 명으로, 현장 매출액은 3억 원대에서 22억 원대로 크게 늘었다.

공예트렌드페어가 만들어 놓은 공예에 대한 다양한 인식의 변화가 한몫하면서, 2022년 공예산업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공예산업 전체 매출 규모도 5조2426억 원으로, 2018년 매출 규모인 4조2537억 원보다 3년 만에 무려 23.2%나 증가했다.

최근 해외시장에서 K팝, K드라마, K영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한국의 미술, 문학 등 기초예술까지 퍼지고 있는 가운데, K컬처의 정체성을 잘 담고 있는 한국 공예에 관한 관심도 뜨겁다. 특히 2022년 세계적 권위의 공예상인 ‘로에베공예상’ 최고상 수상자로 한국의 정다혜 작가가 선정된 사실도 이러한 국제적 관심의 결과다. 정 작가의 우승작 ‘성실의 시간’은 갓과 망건을 만드는 한국의 독창적인 공예 기법인 ‘말총 공예’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로 승화시켰다.

올해 4월에 개최한 ‘2023 밀라노 한국공예전’에 대해 이탈리아 디자인 매거진 ‘인테르니’는 “전 세계가 교류하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정신에 비추어 가장 진취적인 전시이며, 한국의 장인정신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재정립했다”고 평했다. 올해 11월에는 한국공예가 중동시장 진출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디자인·공예 박람회인 ‘두바이 다운타운 디자인’에서도 전통 공예기법인 나전, 옻칠, 분청 기법 등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예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에게 선물한 달항아리 작품의 매력을 중동에서도 선보이며 공예가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해외 시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한국 공예의 위상이 높아진 배경에는 지난 17년간 진행된 ‘공예트렌드페어’가 있다.

공예트렌드페어는 올해로 18회를 맞이하는 국내 최대 공예 전문 박람회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공예문화의 정착과 확산’을 목표로 꾸준히 대중과 호흡해 왔다. 중국의 저가 상품이나 공산품과는 차별화된 나만의 취향이 담긴 공예품을 관람하고 구매할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한국 공예도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국제 사회에서 경쟁하기 위해 실용적 가치와 미적 가치 외에 한국 공예만이 가지고 있는 부가가치를 키워야 한다. 신진 공예가들을 발굴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독창성, 소재, 기법, 디자인, 패키지, 브랜딩 등 다양한 지원을 지속해야 하며 우수한 공예품을 선정하고 해외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공예트렌드페어에서는 공예가, 공방, 공예갤러리, 공예 분야 기관 등이 참여해 전문 작품에서부터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공예품들을 선보인다. 올해 공예트렌드페어는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코엑스 C홀에서 개최되며 276개사가 준비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고, 작품과 생활용품을 아우르는 특색 있는 공예품들을 만날 수 있다. 앞으로의 한국 공예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며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이때 공예트렌드페어에서 구입한 공예품을 나에게 또는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케이컬처#정체성#공예#전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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