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순익에도 지원은 ‘찔끔’
평균 17만원 안팎 이자 감면뿐
금융위장, 지난달 강력 주문에
뒤늦게 이자 캐시백 방안 검토
은행권이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기존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진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수장이 전례 없이 은행권에 “서민 이자 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춰 달라”고 요구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주문을 이행하기 위해 소상공인, 취약계층 대상의 ‘이자 환급’(캐시백) 방안을 뒤늦게 검토하고 나섰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기존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취약계층에게 총 291억 원을 지원했다. 계좌 수(17만1685건)를 고려하면 취약계층 한 명이 평균 17만 원 안팎의 이자를 감면받았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취약계층의 기존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이 미흡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은행권이 역대급 순이익을 거두면서도 기존 취약 대출자의 상환 부담을 줄이는 대신에 ‘신규 상품’의 대출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해 왔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은 올해 들어 3분기(7∼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38.2% 많은 19조5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규 상품의 금리만 낮출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계가 막막한 취약계층에게 보탬이 되기 힘들다”며 “가계대출 증가 폭을 다시 키우는 요인이 될 수도 있어 당국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의 기존 대출 부담을 하루라도 빨리 줄여줄 수 있는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0일 8대 금융지주 회장단을 불러모아 이례적인 주문을 한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상황이 절박하다”며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코로나19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주는 방안을 강구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권은 지난달 29일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 방안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긴급 개최하고 취약계층에게 이자를 환급해주는 캐시백 방안에 대해 검토했다. 연 5% 이상의 금리로 대출을 받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캐시백 형태의 환급 방식은 금융사의 부채를 늘리지 않는 데다 취약계층의 체감 효과도 커 ‘일석이조’라는 의견이 많다”며 “금융당국에서도 횡재세를 반대할 만한 명분을 충분히 제공해 달라는 입장이어서 예전보다 훨씬 전향적인 대책들이 담길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달 7일 개최되는 2차 TF 회의에서는 지원 규모와 기간, 대상 등의 사항이 구체화될 예정이다. 지원 규모는 지난달 초 신한은행(230억 원 이자 환급), 하나은행(665억 원 이자 환급) 등 선제적으로 상생안을 내놓은 은행들의 수준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