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고금리 후유증]
고금리에 매매 줄고 월세는 올라
유럽 내 노숙인-‘캥거루족’ 늘어
도심의 상업용 부동산들은 공실이 넘치고 있지만 일반 가계의 주거비용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높아진 임차료를 부담하지 못해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부모 집으로 들어가는 ‘신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건물 안내원을 하고 있는 조지프 낼로이 씨(25)는 최근 런던 외곽으로 집을 옮기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생활물가가 자꾸 오르는데 임차료까지 상승하면서 고정 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낼로이 씨는 기자와 만나 “런던 중심에서 방 1개가 있는 집의 임차료로 런던 변두리 지역에선 방 3개짜리 집에 살 수 있다”라며 “직장이 가까워서 겨우 버티고 있지만, 결국에는 멀리 이사를 나가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런던에서 집을 옮긴 20대 세입자 가운데 48%가 도시 외곽으로 집을 옮겼다. 올해 9월 주택 임대료 상승률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에 이르자 결국 버티지 못하고 집을 옮긴 것이다. 유럽 다른 지역의 주택 임대료 역시 계속 오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세빌스에 따르면 2021년 12월 유럽의 평균 임대료를 100이라고 할 때 올해 포르투갈 리스본의 임대료는 143, 독일 베를린은 118, 마드리드는 108 수준이다. 월세가 고공행진하는 것과 반대로 집값은 하락세다. 고금리로 대출 이자가 불어나면서 주택 매매 수요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주요 도시의 임차료가 급상승한 것은 도심 과밀화 현상으로 인해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높아진 월세 부담 때문에 유럽에서는 노숙을 하거나 승합차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또 주택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청년들이 부모의 집으로 돌아가는 현상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런던=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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