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년 기업대출 만기, 올해의 4배 “제2 SVB사태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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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고금리 후유증]
한계기업 증가에 소형銀 대응 부심
日, 마이너스 금리 종료뒤 혼란 우려
韓 4대은행 대손충당금 19% 늘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이제 JP모건체이스의 일부입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콜럼버스서클에 위치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유리문에는 이 같은 종이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1985년 설립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이 2126억3900만 달러(약 276조 원)로 미국 내 14위의 중견 은행이었다. 하지만 올해 5월 파산하며 주인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로 바뀌었다.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자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확대되며 이 은행에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올 3월 고금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부실 경영 등이 원인이 돼 다른 은행들까지 연쇄 파산을 일으킨 SVB 사태가 전 세계 은행에서 조만간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에는 한계기업들의 줄도산이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식분석회사 울프리서치는 미국 금융회사를 제외한 기업의 부채 중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9030억 달러(약 1172조 원)로, 올해 2040억 달러(약 264조 원)보다 342.6% 급증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또는 연체 상태에 있는 은행 대출금 규모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누적된 악성 부채와 고금리, 경기 침체 국면이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권이 부실화하면 예금 인출 문제 등 전체 경제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VB 사태로 위기감이 커진 미국 중소형 은행들도 생존을 위해 합종연횡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은행 간 인수합병(M&A)이 올 하반기(7∼12월) 들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일본 역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할 경우 소형 은행들이 미국 SVB를 파산시킨 ‘고금리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리는 등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3분기(7∼9월) 말 기준 대손충당금은 7조868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9.0% 늘어났다.

#美#기업대출 만기#제2 svb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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