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 등 中에 90% 의존 품목 216개… “中수출통제땐 산업 큰 타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7일 03시 00분


절대의존품목 393개중 55%가 中
반도체 주요 원자재 中서 절반 수입… 리튬 비축량 5.8일분밖에 없어
‘제2 요소수 대란’ 매년 반복 우려… ‘공급망 안정화법’은 1년 넘게 낮잠

비어있는 요소수 판매대 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차량용 요소수가 진열되던 매대가 텅 비어 있다. 중국이 내년 연간 요소 수출량을 평소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일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이 2년 만에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비어있는 요소수 판매대 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차량용 요소수가 진열되던 매대가 텅 비어 있다. 중국이 내년 연간 요소 수출량을 평소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일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이 2년 만에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올 들어 10월까지 1000만 달러(약 131억 원) 넘게 수입한 품목들 가운데 중국 의존도가 90% 이상인 것들이 2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 웨이퍼, 불화수소 등 반도체 주요 핵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는 80% 안팎이었다. 중국의 요소 수출 물량 제한으로 제2의 요소수 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요소뿐만 아니라 중국에 의존하는 다른 품목들에 대해서도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해 수출 통제에 나서면 국내 산업계가 ‘셧다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10월 1000만 달러 이상 수입 품목 중 특정 국가 의존도가 90% 이상인 ‘절대의존품목’은 393개였다. 이 중 중국 의존도가 90%가 넘는 품목은 216개로 전체의 55%였다. 일본(13%), 미국(9.4%)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와 2021년에도 절대의존품목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국내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주요 원자재도 중국에서 들여오는 물량이 절반을 훌쩍 넘고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불화수소의 대중 의존도는 62%이고, 네온과 제논은 각각 81%, 64%다. 중국이 수출 보고를 의무화하며 이미 수출 통제에 나선 희토류 금속은 올 상반기(1∼6월) 중국에서 들여온 비중이 79.4%였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희토류 영구자석의 대중 의존도도 85.8%다.

대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응책 중 하나인 희소금속 비축량은 목표로 잡고 있는 양의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0월 말 기준 정부가 비축 관리를 하는 14종 희소금속의 평균 비축량은 39.8일분이다. 비축 목표가 180일분인 희토류를 제외한 것으로, 나머지 금속의 비축 목표는 100일분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의존도가 64%인 리튬 비축량은 5.8일분에 불과하다. 중국에서의 리튬 수급이 중단되면 기업이 문제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일주일도 안 된다.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건 상대적으로 값싼 수입 비용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요소의 수입 비용은 중국산이 베트남 등 다른 국가에 비해 10∼20%가량 저렴하다. 기업 입장에선 물류 비용 등 수입 비용이 저렴한 중국산을 제외할 유인이 없는 셈이다.

산업계에선 높은 중국 의존도로 중국의 판단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요소 관련 업체 A사 관계자는 “요소 수출 제한 같은 문제는 매년 반복될 것”이라며 “농사철이 시작되는 봄 즈음 비료 가격 추이를 살피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의도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중국이 국내 비료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봄을 앞두고 수출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자재 수급처 다변화를 위해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수입처 다변화, 비축 물량 확대 등을 지원하기 위해 입법을 추진 중인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은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7일 열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 법안에 올라갔지만 기존에 밀려 있는 법안이 많아 바로 법사위에서 통과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정부가 법을 통해 공급망을 지원하게 되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며 “자원 부국이 자원을 가지고 가격을 올리거나 수출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일정 수준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요소#中#90% 의존 품목 216개#中수출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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