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침체 고려 못한 ‘실거주 의무’ 규정… 與 “규제 풀어야” 野 “갭투자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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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실거주 의무’ 혼란]
정부, 1월에 ‘정상화 방안’ 내놔… 여야 입장차에 국회 공회전 거듭
與 “공급 위축… 이전 자유도 침해”
野 “투기수요 불러… 폐지 안돼”

사진은 서울 용산구 남산N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의 모습. 뉴스1
사진은 서울 용산구 남산N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의 모습. 뉴스1
실거주 의무 규정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놓고 현장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좀처럼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당은 실거주 의무가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고 주거 이전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제하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부추기는 등 투기 수요를 늘릴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달 21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추가로 열기로 했다. 여당 관계자는 “임시국회 본회의가 내년 1월 9일에도 열려 실거주 의무 폐지·완화 방안을 그 전에 추가로 논의할 수 있다”며 “다만 야당의 반대가 여전해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청약 시장이 얼어붙자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방안’을 올해 1월 내놨다. 대책이 나온 1월 3일 정당 계약을 시작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은 당시 일반분양 4786채 중 1400여 채가 계약을 포기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올해 3월 계약을 100% 완료했다.

이후로도 청약 시장은 훈풍이 불었지만, 정작 실거주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은 국회에서 공회전을 거듭했다. 여당은 실거주 의무가 신축 임대 공급을 위축시키고 주거 이전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입장이다. 실거주 의무가 남아 있으면 잔금을 낼 여력이 있는 현금 부자들에게만 청약 기회가 생기고, 사회 초년생이나 서민 무주택자는 오히려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야당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가 늘며 투기 수요가 늘어날 수 있고, 분상제 주택으로 ‘로또 청약’을 양산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법을 바꿔 실거주 의무를 없애기보다는 시행령을 고쳐 예외 규정을 두자는 의견이다.

야당의 입장이 확고하자 여당에서는 올해 8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을 중재안으로 내놨다.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대신 분양받은 주택을 매도하기 전까지만 실거주 의무 기간을 충족하면 된다는 내용이다.

여야는 지난달 두 차례 열린 국토법안소위에서 해당 주택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달 6일 열린 법안소위 때는 아예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공급이 부족한 수도권 신축 아파트 임대 공급을 확대하려면 실거주 의무 폐지가 필요하다”며 “규제를 풀어 거래를 자유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실거주 의무#시장 침체#국회 공회전#갭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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