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을’ 보러 이재용·최태원에 尹도 떴다…“얼마나 대단하길래”

  • 뉴스1
  • 입력 2023년 12월 11일 15시 50분


지난해 6월1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CEO(왼쪽), 마틴 반 덴 브링크 CTO(오른쪽)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2.6.15/뉴스1
지난해 6월1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CEO(왼쪽), 마틴 반 덴 브링크 CTO(오른쪽)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2.6.15/뉴스1
어느 산업이나 그렇듯 반도체 업계에서도 장비 기업은 대체로 ‘을’(乙)이다. 비슷한 수준의 많은 협력업체들 중에서 ‘갑’(甲)의 선택을 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은 업계에서 ‘슈퍼 을(乙)’로 통한다. ‘슈퍼’가 붙은 이유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ASML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없이는 초미세 공정의 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없어서다.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인 ASML과 얼마나 친하냐에 따라 반도체 생산 경쟁력이 좌우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같은 전략적 파트너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공을 들이고 있다.

11일 대통령실과 재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하는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은 오는 12일(현지시간) ASML 본사를 찾는다.

윤 대통령과 이 회장, 최 회장은 페터르 베닝크 ASML CEO(최고경영자) 및 경영진을 만나고 클린룸도 둘러볼 예정이다.

이 회장의 ASML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10월 ASML 본사를 찾았고, 지난해 6월에도 방문했었다. 이 회장이 직접 나서 ASML과의 협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원활한 EUV 노광장비 수급이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반도체 초격차’의 필수 요건이라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ASML의 지분을 직접 사들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노광장비 개발 협력을 위해 2012년 ASML 지분 3%를 700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반도체 기술 투자 재원 마련 등을 위해 지분을 매각해 현재(9월 말 기준) 158만407주(0.4%)를 보유하고 있다.

윤 대통령도 이번 순방의 핵심이 반도체 협력이라고 강조한 만큼, EUV 노광장비의 수급을 포함한 네덜란드와 어떤 수준의 ‘반도체 동맹’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ASML이 장비를 만드는 공간인 클린룸을 외국 정상에게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도 유독 높다. ASML의 우리나라 투자 확대를 비롯해 반도체 기업들과의 노광장비 거래 규모 확대 논의가 오갈 가능성도 나온다.

ASML은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노광장비 유지·보수를 위한 재제조센터 등이 들어서는 ‘화성 ASML 뉴 캠퍼스’를 짓기로 하고 작년 11월 착공식을 갖는 등 국내 투자도 확대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추가 협력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ASML의 EUV 노광장비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 과정에 필수적인 존재다. 1대당 약 2000억원에 달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장비를 생산하는 ASML은 1년에 40~50대만 출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모리 반도체 회로 폭 1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를 줄이기 위한 미세공정 경쟁을 비롯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에 ASML은 가장 필요한 파트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를 비롯해 파운드리에 재도전하는 인텔도 ASML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UV 노광장비를 많이 확보하게 되면 자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경쟁사의 생산 확대를 막는 반사이익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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