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 4개월치 재고 있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기고/강천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2일 03시 00분


2년 전 ‘요소수 사태’ 이후 다시 중국이 요소 수출을 막으면서 국내 요소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중국산 요소 의존도는 더 늘어났다. 관련 업계에선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요소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71%에서 지난해 67%로 떨어졌지만 올해 다시 90%대로 올랐다. 베트남, 호주 등 다른 생산국에 비해 중국산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중국 계획대로 내년부터 요소 수출을 제한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제2의 요소수 대란이 올 수밖에 없다. 반도체 필수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이어 배터리 핵심 광물인 흑연, 그리고 이제는 일상생활에 쓰이는 요소까지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야기되고 있다. 당장 중국에서 들어오는 요소 수출 통관이 지연되거나 멈춰 서면 우리 산업의 핏줄인 트럭이 멈춰 서고 물류망이 흔들릴 수 있다.

정부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이번 요소 문제는 정치적 배경은 없고 중국 내부의 수급이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4개월 치 정도는 확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심할 일이 아니다. 2년 전 요소수 대란도 요소의 원료인 석탄 부족과 요소 재고 감소에 따른 중국의 수출 규제로 시작됐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공단이 비축하는 희소금속 13종 평균 비축량은 50일 치 정도다.

정부 비축 목표인 100일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더구나 스트론튬 같은 희토류의 비축량은 2.7일, 리튬은 5.8일에 불과하다. 공급망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국내 수급에 곧바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핵심 광물 개발과 비축을 담당하는 광업공단의 예산을 2331억 원으로 늘려 책정하고, 기존 비축량도 평균 60일분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정부는 요소를 포함한 핵심 자원에 대해서는 긴급 수급 조절 물자로 분류해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즉 업체에 물류 비용을 지원하는 인센티브 같은 구조적 해결책과 정부의 비축·방출 등을 통해 수급 조절에 나서야 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 실적 1만 달러 이상 품목 9308개 중 대중 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이 2113개(22.7%)에 달한다. 우리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 중 수입 조달이 70% 이상 되는 품목에 대해선 핵심 원자재로 분류해 경제안보면에서 집중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또 경제안보를 민간과 시장에만 맡겨 둬서는 안 된다.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 구축을 통해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실리외교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요소수 사태#국내 요소 업체 긴장#중국의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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