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진-고금리에 기업들 매출 2분기째 하락… 내년도 암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3일 03시 00분


한은, 외감법인 3979곳 실적 분석
3분기 매출액 전년대비 5.2% 감소
반도체 낙폭 크고 자동차 성장 둔화
영업이익률 4%… 수익성도 악화

반도체 가격 약세와 자동차 수출 둔화 여파로 올 3분기(7∼9월)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올 4분기(10∼12월)에 이어 내년 상장사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3979개의 올 3분기 매출액이 1년 전에 비해 5.2% 감소했다. 직전 분기(―4.2%)에 이어 2분기 연속 내림세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생산이 포함된 기계·전기전자업의 3분기 매출이 8.8% 줄었다. 다만,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직전 분기(―15.4%)보다 감소 폭은 줄었다.

자동차·운송장비 매출은 10.0% 늘었지만, 수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직전 분기(23.7%)에 비해 증가 폭이 13.7%포인트 줄었다. 전기가스업 매출도 기저효과 영향으로 1.9% 감소했고, 도소매업은 내수 위축 여파로 7.0% 줄었다.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도 악화됐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올 3분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4.0%로 지난해(4.8%)보다 0.8%포인트 감소했다. 100원어치 물건을 팔면 기업이 챙기는 돈은 4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기업 실적 하락은 중국 등 주요 교역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 부진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부동산발 경기 침체로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유럽 역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1% 역성장했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주요국들의 경기 하락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 고물가 여파로 소비가 위축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국내 경제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내림세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7.2에 그쳐 평균값인 100을 밑돌았다.

문제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일 기준으로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이 있는 상장사 247개의 내년 매출액 합산 전망치는 2777조8601억 원으로 한 달 새 3조3313억 원 줄었다. 영업이익 합산액 전망치도 236조6329억 원으로 1조3197억 원 감소했다. 올 4분기(10∼12월) 매출액 합산 전망치 역시 602조1395억 원으로 두 달 만에 8조952억 원 감소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의 경기 둔화 징후가 뚜렷하고 미국도 경기지표 변동성이 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인한 내수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출부진#고금리#매출 하락#한국은행#기업경영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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