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상승-中日 공세-건설 침체 “철강 내년도 3중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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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 가격 올해초보다 17% 올라
中-日 제품의 저가 공세에 밀리고
수요 많은 건설업은 내년 부진 전망
“악재 겹쳐 한동안 허리띠 졸라매야”

철강 업계가 철강 원료 가격 상승, 중국 일본의 저가 공세, 건설 경기 침체가 겹친 ‘3중고’를 겪고 있다. 내년에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중국산 철광석 수입 가격은 전날 기준으로 1t당 138.05달러로 집계됐다. 연초(1월 3일) 대비 17.3% 높아졌다. 철광석과 더불어 철강 제품을 만들 때의 핵심 원료인 제철용 원료탄(호주산)도 1t당 335.25달러까지 올랐다. 연초 대비 13.8% 비싸다.

원가가 오르면 제품 판매가도 올라가는 게 자연스럽지만, 현재 국내 업체들은 가격을 상향 조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철강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일본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싼값에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부동산 내수 경기가 침체되자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저렴한 제품을 해외로 적극 수출하고 있다. 일본 철강재의 경우에는 30년 만의 최저 수준의 엔저 현상 덕에 사실상 가만히 있어도 ‘세일 효과’를 누리고 있다.

선박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는 후판 제품(SS275)의 이번 달 가격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1t당 107만5000원이다. 수입 유통가는 80만5000원이다. 수입 제품이 국내 업체들 제품가의 74.9%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국산 대비 수입 철강재 가격이 78.3%로 지금보다는 격차가 작았다.

수입 철강재가 국산 제품 가격의 4분의 3 아래로 내려가면서 철강재 수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11월 중국에서는 807만 t, 일본에서는 520만 t의 철강재를 수입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31.2%, 4.2% 증가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 업체들이 선박의 핵심 부분이 아닌 곳에는 중국이나 일본 철강사들의 저렴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국내 철강 기업들의 판매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철강재가 많이 들어가는 건설 경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4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를 보면, 건설업은 조사 대상 10개 산업 중 유일하게 ‘비’(매우 부정적)로 예보됐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건설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민간 건축을 중심으로 수주 실적 감소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상의는 철강 산업에 대해 “가장 큰 수요 산업인 건설 경기 침체 등 전방 산업이 부진할 것”이라며 내년도 전망을 ‘흐림’(부정적)으로 예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에서 어려우면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에 수출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데 중국과 일본의 공세가 거세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 철강 업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키워온 전기강판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지 않는 점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로 꼽힌다. 증권 업계에서는 올해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의 연간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각각 10%, 20%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당장 뾰족한 수 없이 글로벌 경기 침체가 풀리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명예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 재건 산업 수요가 늘거나 중국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국내 업체들의 숨통이 그나마 트일 수 있다”며 “내년에도 업황이 어렵고 국제적으로 변수가 많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조심스러운 경영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원가 상승#中日 공세#건설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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