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시장규모 크고 수요 넘쳐
日서 급속 성장하는 국내 벤처 속출
CVC투자 받으며 日기업과 협업
韓과 시차 없고 문화 비슷한 장점도
최근 한국 스타트업들이 ‘혁신의 성지’인 미국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일본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한국 대기업의 무덤이었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이 일본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DX) 수요가 많고,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활성화돼 있다는 점 등이 일본 시장의 매력으로 꼽힌다.
● 디지털 사업에 대한 수요 높아
거대언어모델(LLM) 올인원 솔루션 기업 올거나이즈는 2019년 일본에 법인을 설립했다. 이 기업의 서비스인 ‘알리 앤서’는 인공지능(AI)을 통해 다양한 기업 내부 문서에서 필요한 답을 찾아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일상적인 문장으로 질문해도 답변을 정확하게 찾아줘 기업 생산성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3대 금융 기업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금융그룹을 비롯해 일본 2위 민간통신사 KDDI, 일본 화장품 매출 2위 기업 KAO 등이 고객사다.
‘디지털 후진국’ 평가를 받았던 일본에서 최근 DX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창수 올거나이즈 대표는 “일본은 초고령화로 청년 인구 비율이 점점 줄면서 업종을 막론하고 구인난이 심각하다”며 “생존을 위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도입해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부족한 일손을 메우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하려면 클라우드가 뒷받침돼야 하다 보니 일본 내 클라우드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2021년 일본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서버웍스와 합작 법인 ‘지젠(G-Gen)’을 설립하며 일본에 진출했다. 설립 1년 만에 고객사 100곳을 돌파한 데 이어 3년 차를 맞은 현재 300곳의 고객사를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벤처투자 생태계도 매력적
일본의 벤처투자 생태계에서 CVC가 매우 활성화돼 있다는 점도 한국 스타트업들에는 매력적인 요소다. CVC는 기업이 직접 펀드를 운영해 투자하는 형태인데, 단순한 금전적 도움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투자한 회사를 지원해주는 경우도 많다. CVC로부터 투자를 받는다면 일본 기업과 협업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일본 최대 벤처캐피털 글로벌브레인의 이경훈 한국법인 대표는 “일본 대기업이 CVC를 통해 투자를 하게 되면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거리가 가까우면서도 문화적으로 유사하고,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크다는 점도 일본으로 이끄는 요소다. 올인원 비즈니스 메신저 ‘채널톡’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채널코퍼레이션’은 2018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히 양국의 접객 문화, 단골을 중요시하는 문화 등이 유사해 동시 서비스가 가능했다. 현재 일본에서 보유한 고객사만 1만5000개로, 매출의 25%가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다. 채널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일본의 인구수는 한국과 비교할 때 두 배가량 많은데, 일본의 엔터프라이즈 기업형 소프트웨어 시장은 한국에 비해 10배 정도 크다”며 “시차는 적고 문화는 비슷해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도 일본 시장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경훈 한국법인 대표는 “요즘 패션, 뷰티, 음식 등 한국 문화가 일본에서 크게 유행하면서 일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 스타트업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일본을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여기는 경향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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