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이어 롯데칠성도 올려
“주정-병값 등 올라 인상 불가피”
송년회 시즌 소비자 부담 커져
“소주-맥주 한병씩 시켜도 만원 훌쩍”
연말연시 송년회를 앞두고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에 이어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과 ‘새로’까지 소주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로 하면서 소비자 물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1일부터 정부는 소주 등 국산 증류주에 붙는 세금을 줄임으로써 소주 출고가를 약 10% 낮춰 주류 가격 안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오른 판매가는 일부 원상 복귀되겠지만, 식당 소주 가격은 인건비와 전기료 등 각종 비용이 급등한 만큼 쉽게 떨어지기 힘들다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17일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말 ‘처음처럼’과 ‘새로’의 출고가 인상 계획을 공지할 예정이다. 이번 인상은 지난해 3월에 이어 약 1년 9개월 만의 인상이다.
이로써 주요 주류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게 됐다. 소주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참이슬 후레쉬’, ‘참이슬 오리지널’, ‘테라’, ‘켈리’ 등을 6.9∼7.0% 올렸다. 무학, 대선주조, 맥키스컴퍼니 등 지역 기반의 소주 업체들도 지난달 소주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는 올해 10월 ‘카스’, ‘한맥’ 등의 출고가를 6.9% 인상했다.
주류업체는 원·부자재 가격 부담이 커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소주 주원료인 주정(酒精·곡물에서 뽑아낸 알코올)의 가격이 10% 넘게 오른 데다 이를 담는 병 가격도 20% 넘게 상승하며 원자재 부담이 커졌다는 것. 실제 대한주정판매는 올 4월 주정 가격을 평균 9.8% 올렸다. 17.64%가 오른 2002년 이후 최대 폭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서울 도심을 기준으로 식당 소주와 맥주 가격도 각각 병당 5000∼6000원, 6000∼7000원 안팎으로 오르며 연말 송년회 물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 종로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 씨(24)는 “식당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려 각각 1병씩만 시켜도 1만 원이 거뜬히 넘는다”며 “일주일에 2번꼴로 송년회가 있는 연말 지갑 사정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주류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자 정부는 주세 부과 기준 변경으로 맞불을 놨다. 국세청은 최근 기준판매비율심의회를 열고 내년부터 소주 22.0%, 위스키 23.9%, 브랜디 8.0%, 일반증류주 19.7%, 리큐르 20.9%의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준판매비율은 주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일종의 세금할인율이다. 기준판매비율이 커질수록 과세표준이 낮아져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 기준이 적용될 경우 국산 희석식·증류식 소주의 출고가는 10.6% 낮아진다. 현재 공장 출고가 1247원인 소주 ‘참이슬’의 출고가는 내년부터 1115원으로 132원 떨어진다. 정부는 올해 주류업체의 소주 가격 인상 폭이 7%대에 머물렀던 만큼 이번 기준 조정으로 소주값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에서는 내년 1월부터 즉시 판매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식당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공장 출고가가 낮아져도 소주 소비자 가격은 판매자가 결정한다. 인건비 등 여타 비용을 메꾸기 위해 주류 가격을 올리는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7월에도 국세청이 ‘소매업자가 구입가 이하로 주류를 판매할 수 없다’는 고시에 예외 유권 해석을 내리며 ‘1000원 소주’가 등장할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식당 소주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당에선 인건비, 전기료 등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소주 출고가 인하만으로는 식당 판매가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식당 소주도 가격 인하 요인이 늘어난 만큼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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