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이어… 해외 부동산 펀드도 손실 위험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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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7531억중 34% 내년 만기
시장 침체 지속되면서 리스크 촉각
금융위 “대응 상황 밀착 모니터링”

전 세계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국내 은행들이 판매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 펀드의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액 가운데 약 34%가 내년 만기를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해외 부동산 펀드 판매 잔액은 7531억 원으로 집계됐다. 만기 없는 리츠 펀드 외에 해외 부동산 펀드를 판매하지 않은 NH농협은행을 제외하면 은행마다 평균적으로 1000억 원이 넘는 판매 잔액을 보유한 셈이다. 이 중 1061억 원의 만기가 내년 상반기(1∼6월)에 도래한다. 하반기(7∼12월)에는 그보다 많은 1510억 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투자금을 모아 해외 상업용 부동산 지분을 취득하거나 소유권을 확보해 얻은 임대 수익을 배당금으로 분배하고, 만기 도래 전 자산을 매각해 최종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사무실의 공실률이 증가한 데다 고금리로 차입 비용마저 높아져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내년 글로벌 은행의 위험을 키우는 요소로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꼽기도 했다.

은행들도 해외 부동산 펀드의 손실 위험을 주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자한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해 대출 만기 연장이나 리파이낸싱(기존 대출금 상환 뒤 신규 대출을 받는 것)이 실패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자산을 저가에 매각할 경우 펀드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펀드 판매사인 만큼 운용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고객들에게 시장 상황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 위험은 은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5조8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보험사가 31조7000억 원으로 보유 규모가 가장 컸고 은행(9조8000억 원), 증권(8조3000억 원) 등의 순이었다.

금융당국은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가 금융권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8%에 불과한 만큼 투자로 인한 손실이 시스템 전체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개별 회사의 건전성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1일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에서 금감원에 “손실 가능성과 각 금융회사의 대응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홍콩els#해외 부동산 펀드#손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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