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회장, 양계 농장서 시작
M&A로 몸집 불려 재계 13위 전망
“불가능은 없다” 나폴레옹 마니아
HMM 인수비용, 하림 자산 3분의 1… 노조 반발-주식 전환등 걸림돌 산적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를 이끈 김홍국 회장(66)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토대로 회사 몸집을 불려온 하림그룹이 이번에 HMM 인수 확정 시 재계 13위까지 오를 수 있게 됐다. 다만 6조4000억 원의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고 HMM 영구채의 주식 전환 등 난관을 극복해야 할 뿐 아니라 HMM 노조의 거센 반발도 뛰어넘어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 나폴레옹인가, 돈키호테인가
이번 HMM 인수에는 하림을 글로벌 곡물·해운회사인 ‘카길’처럼 키우겠다는 김 회장의 야심이 반영돼 있다. 현재 재계 순위 27위인 하림이 인수를 마무리짓게 되면 그룹 자산은 약 43조 원, 재계 순위는 13위까지 올라간다.
1978년 전북 익산시에 황등농장을 세우며 양계업에 뛰어든 그는 각종 M&A를 통해 회사 몸집을 불렸다. 1986년 하림식품을 세운 뒤 2001년 천하제일사료를 계열사로 편입하며 하림그룹을 출범시켰고, 2007년 사료기업 선진, 2008년 돈육업체 대상팜스코를 차례로 사들였다. 육계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해 2015년엔 곡물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 회사인 팬오션(옛 범양상선)을 인수했다. 당시 무리한 투자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현재 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같은 움직임엔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 마니아로 알려진 김 회장의 생각이 담겨 있다. 2014년 나폴레옹의 이각모를 26억 원에 경매로 낙찰받으며 “‘불가능은 없다’ 도전정신을 젊은이들이 본받았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의 사옥 1층에 위치한 카페엔 ‘1%의 가능성, 그것이 나의 길이다’ 등 나폴레옹의 어록이 적혀 있다. 카페의 와이파이 접속용 아이디도 ‘보나파르트’(나폴레옹의 성)일 정도다.
● “새우가 고래 삼킨다”…노조 강한 반발
최대 걸림돌은 단연 자금력이다. 하림이 제시한 HMM 인수 가격은 약 6조4000억 원.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 원으로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 자금력에 사실상 의존해야 한다. 특히 HMM은 자산이 25조8000억 원으로 하림그룹 자산(약 17조 원)의 약 1.5배에 이른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하림 측이 입찰 과정에서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1조68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말아 달라고 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산은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하림이 인수하는 HMM 지분이 57.9%에서 38.9%로 떨어진다. 주식 전환이 연기될 경우 인수 측(하림)의 지분이 높게 유지돼 3년간 최대 2850억 원의 배당금을 더 받을 수 있다.
당초 하림이 이 같은 요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회장은 19일 “(영구채 관련 제안은) 협의 사항이다. 매도자가 받아들이면 받아들이는 거고 아니면 아니기 때문에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거래 세부 조건은 추후 협상 과정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HMM 노조는 파업 등을 시사하는 등 강한 반발에 나섰다. 전정근 HMM해원연합노조 위원장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결렬을 곧 통보할 예정”이라며 “파업이나 출항 거부, 준법 투쟁 등에 돌입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HMM의 유보금을 하림의 인수 이자 비용으로 쓰면 안 된다”며 “유보금은 해운 업계 다운사이클을 견디는 데나, 인프라 확충에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특혜 시비도 관건이다. 재경전북도민회장인 김 회장은 최근 HMM 인수전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 등에 동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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