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잣돈 마련 고객 겨냥 맞춤 상품
6개월 정기예금에 최고 연 3.9%
연 3.5% 금리 파킹통장도 나와
기존 고금리 상품 만기분산 효과도
“그동안 파킹통장(수시입출금 통장)을 안 쓰고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자가 쏠쏠해 잔액을 매일 확인할 정도다.”
최근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파킹통장과 같은 단기자금 운용 상품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하자 금융권이 종잣돈을 마련하려는 고객을 겨냥해 고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70∼3.90%로 집계됐다. 1년 만기 상품(3.70∼3.75%)보다 금리 상단이 높다.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6개월 만기 상품은 최고 금리가 연 3.90%로, 1년 만기 상품(3.75%)보다 0.15%포인트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과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도 만기가 짧은 상품의 금리가 각각 0.10%포인트, 0.05%포인트 더 높다. 통상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정기예금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고금리 파킹통장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광주은행은 이달 4일 1000만 원 이하 금액에 연 3.00%의 기본금리 및 내년 12월 4일까지 가입한 계좌의 1000만 원 이하 금액 구간에 연 0.50%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고 연 3.50%의 금리를 제공하는 ‘365 파킹통장’을 출시했다.
저축은행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OK저축은행은 이달 초 하루만 맡겨도 50만 원까지 연 7% 금리를 제공하는 ‘OK짠테크통장’을 내놨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달 파킹통장 상품인 ‘플러스자유예금’의 금리를 최고 연 4.10%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금융권이 단기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금리를 높이는 것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긴축을 종료한다는 전망이 제기된 영향이다. 이달 13일(현지 시간)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내년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증시 랠리에 대비해 투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를 흡수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6개월 이하 정기예금 잔액은 52조7738억 원으로, 10월 말(50조1449억 원)보다 2조6289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도 5787억 원 늘어났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워 대기성 자금의 성격을 지닌다.
소비자들의 단기자금 수요에 금융사들의 위험 분산 목적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당시 유치한 고금리 예·적금이 1년 만기 상품으로 재유치된다면 내년에도 4분기(10∼12월) 만기가 집중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며 “금융사 입장에서는 단기자금에 금리를 더 제공해서라도 만기를 분산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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