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대곡 ‘쿼드러플 역세권’ 개발 지연
이천 신둔역세권 개발 2010년부터 멈춰
“지자체 개발계획, 현실성 고려해야”
일산신도시를 품은 경기 고양시에는 서울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 그리고 대곡소사선의 철도 노선이 지나고 있다. 내년 말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까지 합하면 4개의 철도 노선이 고양시를 지나게 된다. 그중 고양시에서 가장 많은 노선이 정차하는 역은 대곡역이다.
하지만 현재 대곡역 인근에는 간이로 활용하고 있는 주차장 외에는 아무런 시설물이 없다. 화려한 쿼드러플(quadruple) 역세권 개발로 높은 업무빌딩과 주거단지가 들어설 듯하지만 풀밭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대곡역세권 개발은 2010년부터 거론돼 왔다. 13년 전부터 풀밭으로 남겨진 셈이다. 사업이 왜 이토록 진척이 없냐고 시에 물으면 ‘사업시행자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경기 이천시도 상황이 비슷하다. 2010년부터 신둔역, 이천역, 부발역이 통과하는 예정지에 역세권 개발 사업을 추진했으나 제대로 삽을 뜬 땅이 없다. 이웃한 경기 광주시에서 역세권 개발 사업이 이뤄지고 2단계 사업도 시작을 앞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업성이 충분해 보이는데도 역세권 개발 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지자체가 구상하는 개발 사업과 민간이 생각하는 개발 사업 간에 온도차가 크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고양시는 2016년 3월 공동사업시행자로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국가철도공단, 고양도시개발공사를 선정했지만 2019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구 지정을 논의했지만 업무지구를 원하는 고양시와 주거단지를 원하는 LH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결국 지구 지정에 실패했다. 고양시가 당초 세운 계획은 사업비 1조9000억 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주거·상업·물류·유통시설을 조성하는 것이지만 아직까지 사업시행자도 구하지 못한 것이다.
이천시도 비슷하다. 민간 개발 제안을 받기 위해서 신둔역, 이천역, 부발역 모두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을 했다. 역과 뚝 떨어진 녹지지역인 아미1지구에서 민간 도시개발사업을 이미 하고 있으니 역세권 개발을 원하는 사업자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차일피일 개발이 미뤄진 것은 결국 공공임대주택 등 지자체의 공공기여 요구 수준이 민간이 생각하는 것과 달랐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역세권의 금싸라기 땅이라도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그에 걸맞은 도시행정이 필요하다.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어디에서 살고 싶어 하는지, 어떤 시설을 원하는지 가장 잘 아는 것은 그 땅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민간 개발사업자일 수 있다. 토지 투자는 이처럼 지자체의 개발 계획이 현실성이 있는지도 고려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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