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민생금융 지원]
자영업자 은행이자 환급 논란
“관치금융” “총선겨냥 포퓰리즘” 지적
도덕적 해이-은행 주주 반발 우려도
은행권이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2조 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내놨지만 일부 대상에만 혜택이 집중되는 등 형평성과 역차별 논란도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가 은행의 팔을 비틀어 자영업자 지원을 강제했다는 점에서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다 100여만 명의 이자를 한꺼번에 감면하는 것이 총선을 앞둔 무리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21일 은행권이 발표한 민생금융 지원방안에 따르면 은행권은 4%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은 개인사업자 약 187만 명에게 평균 85만 원의 이자를 환급할 방침이다.
하지만 차주의 소득이나 자산에 대한 기준이 없어 논란이 됐다. 대출이 많지만 소득이 많은 ‘부자 사장님’들도 이자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지원방안은 소득이 아닌 채무 부담 수준을 기준으로 한다”며 “일부 고소득자가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대체로 신용도가 높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지원을 받더라도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대출이 없거나 저금리로 돈을 빌린 자영업자는 역차별을 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실하게 상환해서 대출 잔액이 많지 않거나 신용도 관리를 잘해 대출이자를 적게 내고 있는 경우에는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실하게 돈을 잘 갚는 대출자라고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가산금리 인하 등 전체 소비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이자 환급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으로 비슷한 고금리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경우 이자를 깎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은행권을 압박해 특정 구간의 이자를 일률적으로 환급해 주는 것이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을 무력화하고 은행권 신용평가 제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확대를 막기 위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와중에 다른 한쪽에서 이자를 조건 없이 깎아 주면 통화정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 사이에서는 상생금융에 따른 이익 감소로 배당 여력이 떨어지면 주주들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들은 고객이 이탈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서는 안 되고 이는 중장기적인 주주의 이익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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