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에만 8000억 만기 돌아와
“은행권 자율 배상안 제시” 관측도
금감원, 내달 국민銀 등 정식 검사
내년 상반기(1∼6월)에만 9조 원이 넘는 홍콩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의 만기가 도래해 대규모 분쟁 조정이 예상되자 금융감독원이 불완전판매의 주요 유형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손실이 현실화되는 만큼 신속하게 배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H지수 ELS 관련 민원을 바탕으로 유형별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설명 의무 위반, 적합성 위반, 부당 권유 등 민원 내용이나 민원인의 특징 등 향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유형별 민원의 접근 방식에 대해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지수 ELS 투자자 중 고령층 비중이 높은 데다 투자 성향 및 가입 목적에 맞지 않는 상품을 권유받았다는 주장이 많은 만큼 주요 사실관계에 따른 불완전판매 유형들이 제시되고, 피해 사례로 보기 어려운 경우는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 않아 판매사에 대한 정식 검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불완전판매 주요 유형을 분류하고 나선 건 신속한 분쟁 조정을 위해서다. 지금껏 금감원은 현장 검사를 통해 드러난 불완전판매 건 중 대표 사례를 지정해 분쟁 조정을 진행해 왔다. 금감원은 H지수 ELS의 투자 규모 자체가 매우 크고 투자자 가운데 고령층 비중도 상당해 불완전판매 등 대규모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규모 분쟁 조정 발생 시 신속한 배상 절차가 가능하도록 사전에 준비하겠다는 의도다.
금감원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설명 자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9조2000억 원 규모의 H지수 ELS 상품의 만기가 도래한다. 내년 1월에만 8000억 원의 만기가 돌아오고, 2월(1조4000억 원), 3월(1조6000억 원), 4월(2조6000억 원)까지 만기 도래 규모는 점차 증가한다.
올해 9월 말 기준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한 H지수 편입 ELS 규모도 6조20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H지수는 2021년 고점 대비 50% 이상 떨어진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금감원에 ‘H지수 ELS 대응 TF’를 설치해 투자자 손실이 확정될 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민원 및 분쟁 조정,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및 조치 등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22일 열린 합동 점검회의에서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향후 금감원 검사 결과를 토대로 금융회사의 위규 소지를 엄정히 파악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투자자 손실이 현실화되는 내년 1월 중에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은행권에 대한 정식 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금감원 분쟁 조정 절차가 본격화되기 전 은행권에서 사적 화해 방식의 자율 배상안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사적 화해는 금융사와 투자자 간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당시 활용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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