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도체 부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배경에는 산업 생태계에 필수적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여전히 핵심 축을 맡고 있다는 자신감도 자리하고 있다.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등이 이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위해서라도 일본 내 생산기지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미국 안보신기술센터(CSET)에 따르면 일본이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56%로 세계 1위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특수 화합물 공급망은 일본이 틀어쥐고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노광장비에 쓰는 포토레지스트가 대표적이다. 웨이퍼에 회로를 그릴 때 반드시 필요한 감광제(感光劑·빛반응 물질)로 전 세계 포토레지스트 시장의 90% 이상은 JSR, 도쿄오카공업, 스미모토화학 등 일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성형 및 접착에 쓰이는 폴리이미드는 전체의 90%, 불순물을 씻어내는 고순도불화수소는 70%를 차지하며 거의 독점하고 있다. 핵심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 역시 일본 신에쓰와 섬코가 글로벌 1, 2위 업체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은 또 글로벌 장비 시장에서 전공정 29%, 후공정 44%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도쿄일렉트론은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램리서치, 네덜란드 ASML과 함께 글로벌 4대 장비 회사다. 주요 반도체 전·후공정의 대부분에 도쿄일렉트론 장비가 안 쓰이는 곳이 없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특히 웨이퍼를 깎는 식각과 막을 형성하는 증착 장비에서 유명하다.
또 다른 핵심 공정인 노광장비 분야에서는 캐논과 니콘이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주로 범용 노광장비에 주력해 왔으나 현재 ASML이 독점하고 있는 미세공정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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