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비싼데 대출은 여전히 증가세…‘돌려막기 대출’ 한달새 1000억 늘어
중저신용자 빚 상환 부담 더 악화돼… 업계 “시장금리 2, 3개월 돼야 반영”
직장인 A 씨(36)는 월 생활비의 약 30%를 카드론(장기카드대출)으로 충당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아져 원리금을 갚고 나면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카드론 금리가 석 달 전보다 높아져 부담이 더 커졌다는 그는 “카드론 대환대출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 금리는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성 부담에 여력이 없는 저축은행들이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걸어 잠그고 있어 이들의 자금 수요가 계속해서 카드론과 리볼빙(일부 결제대금 이월 약정) 등 단기 대출로 몰린 탓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7개(롯데,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전업 카드사의 평균 카드론 금리는 연 14.34%로 전월 말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안정됐지만 카드론 금리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통상 시장금리가 카드론 금리에 반영되기까진 2∼3개월 정도 소요되는 편”이라며 “내년 1분기(1∼3월)는 돼야 카드론 고객들이 달라진 시장 상황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론 금리가 상승세인데도 카드사의 단기 대출 잔액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과 리볼빙 이월 잔액은 각각 35조9609억 원, 7조5115억 원으로 전월 대비 각각 1012억 원, 418억 원 늘어났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도 1조5960억 원으로 한 달 새 1057억 원 불어났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사의 단기 대출을 받고 제때 갚지 못한 고객이 카드사에서 상환 자금을 다시 빌리는 ‘돌려막기 대출’이다. 기존 카드론보다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대출자들의 대환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상환 능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카드업계에선 이 같은 단기 대출의 증가세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저축은행의 대출 영업 중단으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 대출에 의존하는 상황인데 이로 인해 연체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카드업계의 연체율은 1.60%로 전 분기 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 리볼빙 금리가 법정 최고금리 못지않게 높다는 점을 모르고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충분한 고지, 설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향후 취약계층의 부실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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