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들어서자마자 영하의 날씨와 함께 불어온 찬 바람에 에너지 당국과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과 서민,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모두가 추운 겨울을 우려하고 있다. 에너지 당국은 안정적인 전기·열·가스 공급을, 에너지 공기업은 역마진에 따른 적자를, 소비자는 요금 충격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동북아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가격이 올 4월 들어 t당 약 600달러대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보다 절반 정도 낮아졌다는 것이 다행스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2021년 대비 1.6배, 그보다 앞선 2020년보다는 무려 6배가량 높은 수준이며, 최근 중동 지역 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도 지속되고 있다. 추운 겨울이 온다면 또다시 지난번처럼 에너지 위기가 닥칠 수도 있기에 이에 대비해 에너지 다이어트가 절실한 시점이다.
에너지 위기가 정점이었던 지난해 국내 LNG 수입량과 수입액은 각각 약 4639만 t, 500억 달러에 달했다. 2021년에 비해 물량은 1% 증가했지만 수입액은 거의 2배 늘었고,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는 472억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주된 원인은 에너지 수입액 급증으로, 올해 상반기(1∼6월)까지도 지난해와 비슷한 추이를 보여 무역수지와 경제 지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시가스·전기·지역난방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LNG는 석탄보다 깨끗한 에너지원이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에 매우 비싸다. LNG 사용량을 10%만 줄여도 연간 수입액을 최대 50억 달러 낮출 수 있다. 이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이 경제 안보 확보의 최우선 수단임을 알 수 있는 증거다. 이미 10여 년 전 미국 타임지는 에너지 효율을 불·석유·원자력·태양광에 이어 다섯 번째 에너지라 했다. 그러나 한국의 에너지 효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에너지 사용 효율화는 시장 기반 요금 결정, 소비자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기술 개발로 이뤄진다. 이 중에서도 에너지 요금이 가장 중요하다. 요금이 오르면 자연스레 소비자는 난방 온도를 내리고, 창문에 커튼을 설치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기를 택하는 등 그에 맞는 결정을 하게 된다.
지난해 이후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다섯 차례 인상됐음에도 아직 원가의 80%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주요 해외 국가 대비 반값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렴한 가스를 아껴 쓰려는 소비자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가스공사의 천문학적인 미수금은 차치하고 에너지 안보 확보와 건전한 무역수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단계적인 에너지 요금 정상화가 추진되어야 한다. 더불어 올겨울 도시가스·전기·지역난방 소비를 줄이는 대대적인 에너지 절감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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