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점의 디지털 혁명 〈5·끝〉
서울 성북구 ‘글라스뷰’ 안경원
키오스크, 렌즈 착용법-정보 안내… 스마트미러로 가상 안경테 착용
“더없이 든든한 직원처럼 여겨져”
“1인 안경원이라 손님이 한 번에 몰리면 제대로 응대를 못 했는데 이젠 키오스크와 스마트미러가 베테랑 직원처럼 든든하게 손님을 맞이해 주고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 안암 오거리 대로변의 글라스뷰 안경원. 이곳엔 윤영섭 대표 한 명만 상주한다. 다른 직원들의 빈자리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 책임진다. 손님들은 입구에 놓인 키오스크 대형 스크린으로 콘택트렌즈 착용법 영상을 보거나 렌즈 관련 정보를 검색한다. 진열장 위 스마트미러로는 화면에 비친 자기 얼굴에 가상 안경테를 착용하거나 판매 중인 안경테를 착용하고 찍은 사진을 살펴보면서 원하는 디자인을 찾는다. 윤 대표는 “직원이 상담하고 알려주던 정보를 스마트기기가 보다 쉽고 간편하게 전달한다”며 “손님 응대 부담이 크게 줄었고 고객 1인당 할애하는 시간도 기존의 30분 안팎에서 50%가량 단축됐다”고 밝혔다.
글라스뷰 안경원은 다른 소상공인들이 그랬듯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혹독한 어려움을 겪었다. 주요 고객인 고려대 학생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팬데믹 직전 오랜 시간 함께한 직원이 안경원을 떠난 이후 인력 충원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윤 대표는 “2013년 문을 연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고 회상하며 “수익성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2020년부터 브랜드를 내려놓고 개인 안경원으로 간판을 바꿔 단 후 혼자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인 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응대와 상담부터 시력검사, 안경 제작과 얼굴형에 맞게 조정하는 피팅에 이르기까지 손님 1명당 30분 안팎을 할애해야 하는 탓이다. 한 손님에게 집중하다 보면 다른 이를 놓치기 일쑤였다. 보통 안경원마다 직원이 최소 2명씩 상주하는 이유다. 악몽 같던 팬데믹은 지나갔지만 1인 안경원의 구조적 고충은 윤 대표를 계속 힘들게 했다.
홀로 고군분투하던 윤 대표에게 힘이 되어준 게 바로 스마트기기다. 윤 대표는 올해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스마트상점 기술 보급 사업’을 통해 키오스크 1대와 스마트미러 2대를 도입했다. 이 사업은 소상공인에게 서빙로봇, 조리로봇, 테이블오더, 키오스크, 사이니지, 경영관리 프로그램 등 스마트기술 도입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비용의 70%, 유형별로 500만∼2000만 원을 지원해 호응을 얻고 있다. 윤 대표는 “무리를 해서라도 직원을 다시 뽑아야 할지 고민할 때 업계 선배가 이 사업을 알려줬다”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후에도 반신반의했는데 이젠 스마트기기가 더없이 든든한 직원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 채널과의 경쟁, 여전히 걷히지 않은 팬데믹 여파로 오프라인 안경원들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다. 윤 대표는 다른 동료 안경사들 역시 스마트기기를 도입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를 조언했다. 그는 “스마트기기 활용에 선입견을 가진 안경사들이 적지 않지만 해왔던 것만 고수하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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