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투자금 13% 보조금 화답
‘가자지구서 42km’ 남부에 새 공장
2021년 파운드리 재진출한 인텔
최근 2년 美-유럽에만 130조 투자… 업계 “기술력 확보엔 시간 걸릴 듯”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이스라엘에 250억 달러(약 32조3600억 원) 규모의 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는다. 최근 2년간 미국과 유럽 전역에 걸쳐 인텔이 발표한 신규 투자 금액만 총 130조 원을 훌쩍 넘는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새로운 추격자를 만난 것이다.
26일(현지 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인텔은 이스라엘 남부 키르야트가트에 250억 달러를 투자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이스라엘 정부와 합의했다. 단일 기업 단위로는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투자의 12.8%에 해당하는 32억 달러를 보조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인텔의 이스라엘 신규 공장 논의는 앞서 6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표로 공식화됐지만,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며 최종 발표가 늦어졌다. 신규 공장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42km 떨어진 곳에 자리잡게 된다.
인텔은 이날 “이번 결정은 유럽과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인 투자와 더불어 보다 탄력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투자 소식이 전해지며 이날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인텔 주가는 종가 기준 전일 대비 5.21% 급등한 50.50달러를 기록했다.
파운드리 후발주자 인텔의 잇따른 대규모 투자는 글로벌 2위 삼성전자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7.9%, 삼성전자가 12.4%다. 선단 공정이 아닌, 레거시 공정 제품 위주인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가 6.2%, 대만 UMC가 6.0%로 그 뒤를 이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부문인 IFS는 올 3분기 1% 점유율에 그쳤지만 내년 2나노미터(nm) 공정 양산을 기점으로 미래 시장을 빠른 속도로 되찾아 오겠다는 포부다.
2018년 파운드리 시장에서 철수했던 인텔은 2021년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 달러 규모 공장 신설 발표를 계기로 재진출을 선언했다. 이후 지난해 1월 미국 오하이오주에 추가로 200억 달러 규모 공장 신설을 발표했다. 같은 해 3월 아일랜드 레이슬립(120억 유로), 6월 독일 마그데부르크(170억 유로) 등 유럽 주요국에도 대규모 생산 거점 계획을 발표하며 보폭을 넓혔다. 그 과정에서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보조금을 적극 활용했다.
기술 로드맵 측면에서도 인텔은 내년 상반기 2나노(n·1나노는 10억분의 1)급에 해당하는 20옴스트롱(A·1옴스트롱은 10분의 1나노)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2025년 2나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TSMC,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겠다는 의지다. 최근 ‘슈퍼을(乙)’이라 불리는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로부터 차세대 핵심 반도체 장비인 하이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가장 먼저 공급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지어놓고 경기 흐름에 따라 설비를 확충하는 ‘셸 퍼스트’ 전략을 앞세워 미국 텍사스 테일러와 경기 평택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테일러에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170억 달러 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평택캠퍼스 P3 파운드리 라인은 하반기(7∼12월) 가동을 시작했고 P4도 현재 공사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업계 후발주자인 만큼 공격적이고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일정 시점 이후의 역전을 노리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며 “고객사가 원하는 안정적인 수율 등 기술력 확보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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