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위험노출액 4.6조… 금융권 일부손실 불가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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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신청… 내달 11일 결정
금융당국 “철저한 자구노력 유도”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면 2013년 쌍용건설에 이어 10년 만에 도급 순위 30위 안에 드는 ‘1군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개시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현실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건설업계의 연쇄 위기와 그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날 오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에 돌입했다. 내년 1월 11일로 예정된 1차 협의회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가 결정된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받아들이면 내년 5월에 자구안이 확정된다.

10년 만에 재현된 중견 건설사의 워크아웃 신청에 금융 당국은 이날 긴급 진화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철저한 자구 노력을 유도하고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이 이루어지고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와 협조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사재 출연과 계열사 매각 등을 포함한 자구안을 제출했다. 태영건설 지주사인 TY홀딩스 측은 “오너 일가의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60%에 대한 매각대금 1440억 원 중 출연 규모를 고민 중”이라면서도 SBS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선 조만간 워크아웃을 추가로 신청할 수 있는 건설사들이 거론되는 등 업계 전반으로 문제가 확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4조5800억 원으로 금융권의 손실이 일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태영, 오너 일가 사재 출연 검토… “SBS 지분 매각은 없다”


[태영發 건설업계 위기]
금융당국-채권단 “자구노력” 압박
태영, 골프장-계열사 지분매각 추진
매각 작업 난항 땐 추가 조치 예상
産銀, 내달 11일 채권단 회의 개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채권단의 자구책 마련 요구 압박이 거세다. 금융 당국이 대주주의 고강도 자구 노력을 전제한 만큼, 대주주의 사재 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 등이 자구 노력의 수준을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태영건설 측은 SBS 지분 매각은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오너 일가의 사재(私財) 출연이나 골프장 등 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와 IB업계 등에 따르면 태영건설과 지주사인 TY홀딩스 등은 레저 자회사인 블루원이 보유한 골프장과 환경종합기업 에코비트 지분 매각 혹은 지분 담보대출 등을 검토 중이다. 태영건설은 최근 ‘알짜’ 계열사로 꼽혔던 태영인더스트리를 2400억 원에 파는 등 모두 1조 원 이상을 팔면서 자구 노력을 했지만,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 태영, 골프장-자회사 지분 등 매각 추진할 듯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등이 28일 오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등이 28일 오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금융당국은 이날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주의 개인 지분 출연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고 태영에 추가 자구책을 압박했다. TY홀딩스는 물류 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한 대금 2400억 원 중 윤세영 창업회장 일가에 돌아간 지분 60%의 매각대금(1440억 원) 중 일부를 내놓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TY홀딩스의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 가능성은 일축했다. 방문신 SBS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회사 내부망에 담화문을 올려 “TY홀딩스가 소유한 SBS 주식의 매각 또는 담보 제공 가능성은 없다”고 밝혀 윤 회장은 SBS 지분을 ‘최후의 보루’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골프장 등 자산 매각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TY홀딩스는 2014년 태영건설로부터 분할 설립된 레저 회사 블루원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블루원은 현재 경기 용인·안성, 경북 상주·경주에서 골프장 및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골프장과 토지와 건물 등 자산 가치는 5464억 원이다.

알짜 계열사인 에코비트 지분을 매각하거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에코비트는 현재 TY홀딩스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지분을 50%씩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427억 원으로, 몸값은 2조∼3조 원까지 거론된다. TY홀딩스는 올해 1월 에코비트 보유 지분 50%를 담보로 KKR에서 4000억 원을 대출받아 태영건설에 자금을 수혈한 바 있다.

매각 작업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추가 자구책 압박이 계속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는 골프장이 홀당 100억 원을 넘었지만, 현재는 인기가 떨어져 예상보다 매각 가격이 낮을 수 있다”고 했다. 에코비트 역시 인수합병(M&A)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데다, 자구책에 포함되면 협상력이 떨어져 몸값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채권단 “자구책 보고 워크아웃 동의 결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현장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부터 시공사 교체,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이 추진된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총 60개 현장을 보유 중이다. 브리지론 사업장이 18개, 본PF 단계는 42개다.

미착공 현장 중 지방에 있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태영건설이 최근 2년간 수주했다 착공하지 못한 현장은 △대전 유천1구역 지역주택조합사업 건설 공사 △전북 전주 바이오그린에너지㈜ 연료전지발전소 건설 공사 등 10곳(공사비 2조9742억 원 규모)이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내년 1월 11일 1차 채권단 협의회를 열고 채권 행사 여부와 유예 기간 등을 논의한다. 이후 4월까지 실사를 통해 부동산 PF 사업장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해 5월 태영건설과 기업개선계획 약정을 체결한다. 다만 채권단 75%의 동의라는 워크아웃 개시 요건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요 채권은행 관계자는 “태영건설 측의 자구안이 나오면 그에 따라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태영건설의 정상화를 위해선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은 물론 금융채권단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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