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토지 따로 경매, 법정지상권 파악해야[이주현의 경매 길라잡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일 03시 00분


무허가 건물도 법정지상권 성립
현장방문 등으로 소유자 파악
토지사용료 2년 미납시 강제경매도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제주 제주시에 40평 남짓한 토지가 경매로 나왔다. 용도지역은 2종 일반주거지역이고, 폭 3m 도로에 접해 있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상에는 입찰에서 제외된 낡은 주택이 존재해 유찰을 거듭 중이다. 이 토지를 낙찰받을 때 기존 주택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

토지 경매 때 ‘입찰 외 건물’이 있으면 가장 먼저 법정지상권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법정지상권이란 토지와 건물 중 어느 하나의 소유자가 바뀌었을 때, 토지 소유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건물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권리다. 토지와 건물 소유자 간의 계약으로 성립하는 지상권과는 다른 개념이다.

법정지상권의 성립 요건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토지에 근저당권 설정 당시 건물이 존재하고, 건물 소유자가 토지 소유자와 동일인이어야 한다. 이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토지만 경매로 매각된 때에는 건물 소유자는 낙찰자에게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다. 여기서 건물의 범위에는 미등기, 무허가도 포함된다. 건물이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규모, 종류 등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건축이 진전된 상태라면 미완성 건물에도 법정지상권이 성립할 수 있다.

매매 등으로 어느 하나의 소유자가 바뀌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A가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다가 B에게 토지를 이전하고, A가 나중에 건물을 철거하겠다는 등의 특약이 없었다면 A는 B의 토지에 지상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A는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는데, 이는 토지에 압류나 가압류 등이 등기된 후 진행되는 강제경매 사건에도 적용된다.

다시 위 사례로 돌아가면, 경매 참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토지 위에 존재하는 낡은 주택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만약 건물 등기부등본 또는 건축물대장이 존재한다면 서류 열람을 통해 소유자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무허가 건물인 경우에는 서류상으로 소유자를 알아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직접 현장에 찾아가서 점유자 또는 인근 주민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물론 관할 구청 등에서 무허가 건물을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요즘은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정확한 사실 확인이 쉽지 않다.

만약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 건물이라면, 낙찰자는 건물 소유자를 상대로 철거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면 건물 소유자에게 사지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건물 소유자가 2년분 이상의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법정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 간에 지료에 관한 약정이 없었거나, 법원에 의해 결정된 바가 없다면 지료 지급을 지체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이 때문에 계약이나 소송을 통해 사용료에 관한 내용을 남겨둬야 한다. 토지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신청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투자 고수들은 입찰 외 건물의 철거보다는 강제경매신청을 통해 건물을 저가로 낙찰받는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건물#토지#경매#법정지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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