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2451채 재개발 오늘 전면중단”… 공사비 급등에 곳곳 차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2일 03시 00분


현대건설 “은평 유치권 행사도 검토”
건설비용, 3년간 28% 상승에
잠실 진주아파트-신반포4지구 등
조합-시공사 공사비 갈등 잇따라

2451채 규모 재개발 사업지인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통상적인 경우 2022년 10월 착공과 동시에 진행됐어야 할 분양이 1년 넘게 미뤄지고 있다. 공사비가 대폭 올라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분양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조합원 간 갈등까지 불거지며 의사결정이 늦어지자 결국 현대건설은 2일부터 해당 현장 공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이미 약 1800억 원을 공사에 투입한 상태인데, 분양 일정이 미뤄지며 공사비 지급이 안 되고 있다”며 “유치권 행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신년사에서 도심 주택 공급 확대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서울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공사비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아파트를 짓는 데 드는 공사비가 3년 만에 약 30% 오르면서 사실상 유일한 도심 주택 공급원인 정비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이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3.37로 잠정 집계됐다. 3년 전인 2020년 11월(120.2)에 비해 27.57% 올랐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공사비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높아진 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건설 원가를 지속적으로 상승시켜 건설기업 경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채 규모) 현장도 공사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조합에서 총회를 열고 총공사비를 기존 7947억 원에서 1조4492억 원으로 약 82.4% 인상하는 ‘공사계약 변경 약정서(2차)’ 안건을 상정했지만 부결됐다. 조합 측이 공사비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마감재 등 시공을 하려면 하루빨리 공사비 조정이 필요한데 이대로라면 공사 기간도 늘어지고 분양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 재건축(신반포메이플자이)도 GS건설이 공사 기간을 8개월 연장하고,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조합 측에 요구한 상황이다. 지난해 분양을 예정했다 올해로 연기한 서울 성북구 삼선5구역(1223채), 서초구 방배동 방배6구역(1097채) 등으로 이 같은 공사비 증액 문제가 번질 가능성도 높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분양 시장이 냉각된 상황에서 높아진 공사비를 반영해 분양가를 올리면 미분양이 될 수 있는데, 그렇다고 분양가를 올리지 않으면 조합원들이 그만큼 분담금을 더 많이 내야 하니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효과를 내려면 사업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 등으로 정비사업 수익성 자체가 떨어진 만큼 이미 착공한 현장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공사비 분쟁을 법원으로 끌고 가면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들게 된다”며 “조합과 시공사 간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취득세 인하나 건설자금대출 이자 지원 등 당근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전면중단#공사비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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