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 운영에는 연료비만 투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료비 원가와 정산금의 차이를 기업의 이익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발전기 운영에 따른 고정비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기 떄문에 2021년과 2022년을 비교했을 때, 연료비 원가 상승과 무관하게 10기의 발전기에서 거둔 추가 이익이 1조 3670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은 가능합니다.
이들은 지난해 상반기(1~6월)에도 2조 1240억 원의 연료비 원가로 3조 4910억 원의 돈을 벌었습니다.
연간으로 단순 환산할 경우 2조7340억 원의 차액으로 2022년에 근접한 수준의 이익을 계속 거두고 있는 것입니다.
〈 직도입 LNG 발전기(10기)의 정산금 및 연료비 원가 추산 결과 〉
연료비 원가
정산금 합계
차액
2021년
2조 6770억 원
4조 4070억 원
1조7300억 원
2022년
3조 4750억 원
6조 5720억 원
3조 970억 원
2023년(1~6월)
2조 1240억 원
3조 4910억 원
1조 3670억 원
자료: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
● LNG 발전기는 이익 제한 장치 없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발전사-전력거래소-한전’으로 이어지는 전력거래 체계를 알아야 합니다. 한전이 가정과 기업에 전기를 판매하기 전에 전기를 사오는 단계입니다.
전기는 저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발전량과 전력수요를 일치시켜야 하는 특성을 가지는데요.
이 때문에 전력 가격은 복잡한 방식으로 지불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계통한계가격(SMP)’입니다.
매일, 시간별로 정해지는 SMP는 원가가 싼 순서대로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 LNG 발전, 유류 발전을 펼쳐놓고 전력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위치에서 전력 가격을 결정한 뒤에 발전사에 지불하는 개념입니다.
원전과 석탄발전의 원가가 가장 싸지만 두 발전원으로 전체 전력수요를 감당하기는 힘듭니다. 이 때문에 2022년의 경우 87%가량의 SMP가 LNG 발전의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됐습니다.
원가가 훨씬 더 비싼 LNG 발전기로 SMP를 결정한 뒤에 전기 값을 지급하면 원전과 석탄발전은 원가에 비해 과도한 이익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런 이익을 돌려 받을 수 있는 별도의 장치인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이익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SMP를 기본으로 활용하되 이익 환수 장치를 두는 것이지요.
하지만 LNG 발전의 경우 이 정산조정계수가 적용되지 않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2022년과 지난해에 민간 발전사의 이익이 커질 수 있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들 발전기에서 한국가스공사가 도입한 LNG가 아니라 직접 수입한 직도입 LNG를 쓰기 때문입니다.
직도입 LNG의 단가가 가스공사 LNG의 단가보다 싼데 이 단가를 감안한 별도의 이익 환수 장치는 없기 때문에 2022년처럼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을 때 수익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입니다.
● 민간 발전사 “리스크 짊어진 투자의 결과… 2022년 사례는 매우 이례적”
하지만 민간 발전사에도 자신들의 입장이 있습니다.
한 민간 발전사 관계자는 “2022년처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특수한 상황으로 봐야한다”며 “LNG 직도입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발전 사업에 투자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LNG를 직도입하는 계약 자체가 기업으로서는 상당히 큰 위험부담을 지는 사업인데 그 결과로 얻은 이익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LNG 직도입과 같은 에너지 사업은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클 뿐더러 장기간에 걸친 계약으로 기업으로서는 큰 위험을 감수하는 사업적 결정인데요.
이와 더불어 기업들은 직도입 LNG 발전기가 가동되면서 SMP 자체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전력 가격 전체를 떨어뜨리는 효과도 존재한다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직도입 LNG 발전에 따른 이윤을 기업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전력시장 전체의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도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 정부 “문제점 인지, 개선 필요” 입장
직도입 LNG의 원가와 비교했을 때 전기를 비싸게 사오는 만큼 한전의 적자 폭이 커지는데 민간 발전사들은 사업적 성과라고 설명하는 상황.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꼭 그런 건 아닌 듯 합니다. 우선, 이같은 전력거래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정부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한 질의에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을 때 민간 발전사의 이윤이 급격히 커진다는 점을 정부도 문제로 보고 있다. 전력시장 제도 측면에서의 취약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례적이라고 하더라도, 2022년과 같은 상황이 빚어진다는 것은 지금의 전력거래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인데요.
정부 안팎에서는 국내의 전력 시장이 거의 완전한 ‘현물 시장’ 형태로 운영되면서 실시간으로 가격이 바뀌는 상황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력 시장에서 장기 계약을 활성화하는 등의 방안으로 가격 변동성 자체를 낮추는 개선책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 전문가들 “장기 계약, 직도입 LNG 3자 판매 허용 등 ‘윈-윈’ 해법 필요”
민간의 전문가들도 현재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에 공감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면서 한전과 민간 발전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우선 전문가들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면서 한전과 민간 발전사가 장기계약 형태로 적절한 수익률을 유지하는 해외 방식 활용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민간 발전사가 발전 사업에 대한 이익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해주면서 전력 가격을 장기간에 걸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장기 계약을 늘리는 것으로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방안입니다.
이와 더불어 직도입 LNG와 관련해서는 민간 발전사들의 ‘제3자 판매’를 점차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현재는 법적으로 자체 발전용으로만 LNG를 들여올 수 있는데 한전 자회사인 발전사 등에도 직도입 LNG를 판매할 수 있게 하면서 가격이 싼 직도입 LNG가 발전 사업 전반에 이용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유승훈 한국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기업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원가를 낮췄다지만 전력시장의 특성에 비춰보면 기업의 과도한 수익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장기 계약과 직도입 LNG 3자 판매를 통해 전력시장의 안정성을 키우고 시장 원리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 언제든 에너지 대란 가능성… 전력시장 구조 손봐야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미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전력시장의 틀을 바꾸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과제입니다.
현재의 구조가 정말로 민간 발전사에게 유리하다면 이를 바꾸는 것에 이들이 쉽사리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지정학적인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 때문에 2022년과 같은 에너지 가격 폭등이 언제든 다시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력시장의 구조를 지금처럼 유지할 수 없다는 지적에는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수의 발전사가 전력을 생산하지만 전력 판매는 한전이 독점하는 다소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해외에 비해 시장 기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전력시장에서 정부의 현명한 해법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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