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서 호소문…“PF 사업 과신은 경영진의 실책”
“태영건설 실제 문제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가능성 있는 기업”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3일 “언론보도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9조원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실제 문제가 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로 가능성 있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태영건설 채권자 수백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설명회에서 호소문을 통해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회장은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1년 내내 유동성 위기로 가시밭길을 걷던 태영이 결국 흑자 부도 위기를 맞았고 창립 50주년의 영광은 고사하고 망할 처지가 됐다”고 호소했다.
이어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에 큰 피해를 남기게 돼 줄도산을 피할 수 없고,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채권자들에게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 동의를 요청했다.
윤 회장은 “이대로는 제가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아 ‘노욕 아니냐’ 등의 질타에도 염치 불구하고 나섰다”며 “태영이 부도나는 것을 막고 어떻게든 기업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워크아웃을 신청해 기업회생의 첫 걸음 뗄 수 있었다. 다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고 대주단 여러분 워크아웃 승인 없이는 태영을 되살리기 어렵다”며 “피해를 최소화해 태영과 함께 온 많은 분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살 수 있는 길을 찾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태영건설의 현재 수주잔고가 12조원이고, 향후 연간 3조원 이상 매출이 가능하다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윤 회장은 태영건설의 영업이익률이 4%로, 동종업계에서 상위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회장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한 이유와 관련해 “건설 사업은 부침이 있다. 그동안 PF를 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고,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자기관리 소홀로 뼈아픈 부도 위기를 맞았다”며 “경영진 실책, 저의 부족”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모든 사업장을 무조건 지원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며 “절차대로 면밀히 실사해 살릴 곳은 살려서 계속 사업을 이어가게 도와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윤 회장은 지난해 12월4일 구순의 나이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복귀했다. 5년여 만에 경영에 복귀하는 윤 회장은 1933년생으로, 1973년 태영건설을 창업한 이후 1990년 민영방송사인 SBS를 창립했고, 현재 자산규모 10조원이 넘는 태영그룹을 일궈냈다. 지난 2019년 3월 아들 윤석민 회장에게 태영그룹 회장직을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시공능력 16위인 중견건설사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28일 PF 대출금 3조2000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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