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12월 회의록 “금리 정점” 속
“인상 카드 여전히 테이블에 있다”
금리 인상 거론에 금융시장 타격
코스피 올들어서만 2.57% 하락… 원-달러 환율도 어제 5.2원 뛰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국내 증시가 새해 벽두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발 긴축 장기화 악재에 환율도 연일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외환 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 美 연준 “금리 정점엔 동의…인하 시기는 글쎄”
3일(현지 시간) 미 연준이 공개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향후 통화 정책에 대해 논의하면서 “기준금리가 정점 또는 그 부근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실제 통화정책 경로는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회의록에서는 “향후 경제 상황이 추가 금리 인상을 적절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회의록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는 것이 분명해질 때까지 당분간 제약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와 외신 등은 “금리가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최대 6번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시장의 기대감이 완전히 꺾인 셈이다.
연준 내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 인사로 꼽히는 토머스 바킨 미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신중론’에 무게를 더했다. 그는 이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연설에서 “예측이 점점 어려운 상황이 돼가고 있어 정책 대응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금리 인상 카드는 여전히 테이블 위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을 비롯해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금리 정책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이날 이란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면서 국제 유가가 일제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30% 오른 배럴당 72.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 금리 인하 기대감 위축에 한미 증시 ‘휘청’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말 ‘산타 랠리’를 이어왔던 미국 증시는 급락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3일(현지 시간) 전일 대비 1.18% 내린 14,592.2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기준 2.79%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전일 대비 0.76% 내렸다.
국내 증시도 연이틀 하락하면서 지난해 말 상승분을 모두 내줬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78% 하락한 2,587.02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2.34% 떨어진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해 12월 22일 이후 열흘 만에 2,600 선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닥도 전일 대비 0.61% 하락한 866.25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기대감에 앞서나갔던 주가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증시 급등에 따라 기관 등이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선 것도 주가 하락을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구체화될 때까지 증시가 당분간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국내외 증시는 금리 인하에 대한 가능성보다는 기업들의 실적을 기준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 인덱스가 반등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2원 오른 1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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