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에 산업계 긴장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주요 항로인 홍해가 막힌 영향으로 물류비와 유가가 오르며 비용 상승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홍해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미국 영국 일본 등 12개국은 공동성명을 내고 “후티가 계속 지역의 중요한 수로에서 생명과 세계 경제, 무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협한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3일(현지 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홍해와 수에즈 운하 인근이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상선 공격으로 막히면서 유가와 물류비가 널뛰고 있다. 이날 런던 ICE 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일 대비 3.1% 오른 배럴당 78.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물류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지난해 12월 29일 일주일 새 40.2% 급등한 1759.57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약 2000억 달러(약 262조 원) 규모의 무역량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크게 돌아가는 우회 항로를 택했다. 이 경우 운송 기간은 15일에서 한 달가량 늘어난다.
수에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항로에서 약 10%를 차지한다. 특히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주요 항로다. 폴란드와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유럽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이집트, 폴란드 공장이 있는 LG전자의 경우 수에즈 운하를 통해 중국, 동남아 등지로부터 부품을 조달하는 데 차질이 우려된다.
2021년 에버기븐호 수에즈 운하 좌초 사건 당시 일주일 만에 운하가 복구됐지만 공급망 정상화에는 시일이 소요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스폿성 운임은 올라간 상태”라며 “분기·반기별 운임은 아직 계약 전이지만 벌써 인상 요구를 해오는 업체가 있다”고 말했다.
유가도 변수다. 브렌트유 운송 차질로 향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유가의 동반 상승과 유럽 내 생산기지의 에너지 비용, 육로 운임 증가 등이 우려된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시 에너지 가격 강세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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