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워크아웃 무산땐, 2만채 입주예정자 타격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8일 03시 00분


[태영發 건설 위기]
건설현장 112곳, 협력사 1075개
법정관리 땐 협력사 줄도산 위험

추가 자구책을 놓고 태영그룹과 금융당국 및 채권단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추가 자구책을 놓고 태영그룹과 금융당국 및 채권단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시공사가 이렇게 문제를 겪고 있는데 정작 아파트를 지을 때 제대로 된 자재를 쓸지 걱정이네요.”(태영건설 아파트 입주 예정자)

7일 금융당국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무산 시나리오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력업체들 및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까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운영하는 건축·토목 현장은 전국에 112개, 협력사는 1000곳이 넘는다. 당장 올해 6월까지 입주가 예정된 아파트도 5000여 채에 이른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무산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이 중 상당수 협력사의 줄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영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건축 부문에서 태영건설은 개발·정비사업 31개, 민간 도급 5개, 공공사업 13개 현장을 운영 중이다. 토목 부문에서는 개발·민자 15개, 공공사업 48개 등 68개 현장을 태영건설이 맡고 있다. 112개 현장에 투입되는 근로자는 하루에만 총 1만4089명이다.

태영건설 외주사는 581개, 자재 관련 협력사는 494개로 총 1075개사가 태영건설에서 대금을 받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태영건설 측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상거래 채권 변제가 안 돼 협력사가 연쇄 부도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협력업체가 진행한 공사 규모만 3조 원에 이르고, 이 중 아직 지급되지 않은 돈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분양 아파트는 전국에 총 22개 단지, 1만9871채 규모다. 태영 측은 “3인 가족 기준 이들 아파트에 입주할 입주 예정자만 5만9613명”이라고 추산했다. 당장 올해 상반기(1∼6월) 4949채, 하반기(7∼12월) 6455채가 입주할 예정이다. 여기에 지식산업센터 등 비(非)주거 물량 3868실까지 더하면 영향을 받는 수분양자 규모는 더 커진다. 강원 고성군 소재 ‘데시앙’(태영건설 브랜드)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은 각 입주 예정자에게서 위임장을 받아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서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은 한 수분양자는 “나중에 하자 보수는 제대로 될지, 시공사가 어디인지를 알고 임차인이 계약을 피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단지 22곳 중 14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에 가입돼 있어 워크아웃이 무산돼 태영건설이 부도 처리되더라도 HUG가 시공사를 교체해 공사가 계속될 수 있다. 다른 사업장도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공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협력업체와 수분양자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준공이 아직 덜 된 곳은 협력사에 지급할 대금이 지연되고 준공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태영건설#워크아웃#법정관리#줄도산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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