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실효환율 대비 엔화 저평가에
향후 엔화 강세 전망 우세
日 부채·국가경쟁력 저하 부담 요인
자산 배분 관점에서 접근해야
Q. 4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가입한 예금 만기를 앞두고 고민이다. 주변에선 예금 금리가 연 4% 이하로 낮아진 반면 엔화 환율은 15년 만에 다시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만큼 엔화 투자가 더 낫다고 한다. 어떻게 엔화에 투자하고 또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A. 요즘 일본 엔화를 구매해 환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 인기가 뜨겁다. 엔테크 열풍이 뜨거운 가장 큰 이유는 엔화가 저평가돼 있다는 투자자들의 판단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발표하는 ‘실질실효환율’이란 개념을 고려하면 엔화가 저평가된 것으로 파악 가능하다. 실질실효환율은 물가 수준까지 감안해 화폐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통상 이 지수가 100 이상이면 상대국 통화 대비 자국의 통화가 고평가, 100 이하면 반대로 저평가됨을 뜻하는데, 2023년 11월 기준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00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71.62였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향후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실질실효환율과 현재 환율 간의 괴리는 지속되지 않고 정부의 재정, 통화 정책으로 인해 불균형이 언젠가는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화의 장기적인 추세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우선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일본 정부의 과도한 부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2022년 말 기준 일본의 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63%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정부 세출의 30% 이상을 이자 등 국채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는 상황이라 일본 정부가 금리 인상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일본 재무성은 기준금리가 1% 상승할 때 일본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이 3조7000억 엔(약 33조6000억 원) 증가한다는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만큼 일본이 자기 발등을 찍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일본의 재정적자는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도 굉장히 우려하는 지점이다.
두 번째로는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일본의 국가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재정적자를 줄이고 부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경제 성장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과거 일본이 경쟁우위를 점했던 가전, 자동차 산업에서의 경쟁력은 중국이나 한국에 추월당하고 있다. 한때 전 세계 1위를 달렸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이미 한국이나 대만 기업들에 1위 자리를 내준 지 오래됐다. 산업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에선 무역수지 개선도 요원하기 때문에 부채를 감축하기 쉽지 않다. 즉, 일본 경제는 ‘높은 부채 비율’이라는 고도비만 상태에 있고 그 상황이 계속해서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엔테크’도 투자의 관점에서 균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원-엔 환율이 무조건 상승할 것이라 전망하고 본인의 자산 대부분을 투자하기보단 이에 대한 위험 요인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투자의 기본 원칙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면서 자산 배분(포트폴리오)의 관점에서 엔화 투자에 나서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 판단된다. 현재 엔화라는 자산은 ‘제로 금리’여서 보유하고 있어도 이자를 지급받을 수 없다. 결국은 엔화가 무조건 강세로 전환돼야 ‘환차익’을 볼 수 있단 얘기다.
이런 점을 고려해 엔화 투자에 대한 위험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 손실, 기회비용 등을 모두 생각해야 한다. 엔화는 전통적인 자산인 주식이나 채권과의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분산효과가 있는 대체투자 자산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통상적으로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지닌 고객이더라도 대체자산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10% 이내로 투자하는 편이다. 또 엔화로 투자할 수 있는 자산군이 여러 종류로 다양하게 있는 만큼, 특정 자산에 편중되지 않은 균형 있는 투자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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