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등 대출조건 공유 ‘담합’ 판단
과징금 최대 수천억원 전망 나와
은행들 “참고용… 담합 아니다” 반발
주요 시중은행이 담보대출 조건을 공유하며 대출 한도를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법인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담합이 아니다”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담합 혐의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에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법인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대상에 포함됐던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에는 심사보고서를 발송하지 않았다.
문제가 된 건 시중은행이 담보대출 조건 중 하나인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서로 교환한 행위다. LTV는 담보 가치 대비 대출금의 비율이다. 은행들은 1년에 한두 번 담보의 종류·지역 등에 따라 LTV를 얼마나 적용할지 내부적으로 정한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영업비밀인 LTV 자료를 공유해 ‘정보교환 담합’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담보 종류·지역별로 7000여 개에 달하는 LTV 테이블(표)을 은행별로 나눠 정리하는 작업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은행들은 특정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내어줄 때 자사의 대출 한도가 경쟁 은행에 비해 많은지 적은지, 많다면 얼마나 많은지 등을 알 수 있게 됐다. 다른 은행에 비해 한도를 넉넉하게 주고 있다면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고객이 받아갈 수 있는 대출은 그만큼 줄어든다. 실제 4대 은행의 LTV는 다른 은행에 비해 낮게 설정돼 왔다. 공정위는 이런 담합 행위가 수년간 이어진 걸로 보고 있다. 혐의가 인정되면 과징금 액수가 최대 수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대출 거래 조건이나 금리 수준 등은 각사 방침에 따라 정해진다”며 “다만 대출 업무를 결정짓는 과정에서 참고차 정보를 공유하는데 이걸 담합으로 보는 건 억울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업계 관계자는 “2008년 지로 수수료 인상 담합 사건이나 2012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때도 공정위가 패하거나 사실상 무혐의 결론이 났다”며 “이번에도 은행권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공정위가 은행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 경쟁 촉진 대책 마련’을 지시한 후 은행권의 담합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대출금리, 수수료를 담합했는지도 조사했지만 이에 대해선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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