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신용사면 어떻게”…3년 전에는 228만명 연체 기록 삭제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9일 0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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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과거 사례 등 참고해 검토 착수
도덕적 해이 및 성실 상환자 역차별 논란 소지도

코로나19로 인한 서민·소상공인의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방안이 검토됨에 따라 코로나 신용사면의 대상과 방법에 관심이 모아진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다음달 설 명절을 앞두고 코로나 팬데믹 시기 때 대출을 연체한 서민·소상공인의 대출 연체 이력을 삭제하는 신용사면을 금융당국 및 금융권과 협의 중이다.

신용사면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 이후 급물살을 탔다.

당시 토론회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코로나19 때문에 불가피하게 대출 기한을 지키지 못해 연체를 한 경우 추후 상환을 완료하더라도 연체 기록이 남아 은행대출이 어려워지는 애로가 있다”고 토로하면서다.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 정상적 경제활동에 조기 복귀할 수 있도록 신속한 신용회복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답했으며 다음날인 5일 서민금융지원 현장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신용사면을 “바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에 이어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정직하게 일했던 사람도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다는 것은 국민들이 다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대책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융당국은 김 위원장의 주문에 따라 과거 신용사면 사례를 토대로 대상자와 지원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 검토에 들어갔다.

이번에 신용사면이 단행된다면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1999년과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문재인 정부 때였던 2021년에 이어 역대 네번째가 된다.

정부는 ‘신용회복’으로 칭하고 있는 신용사면은 연체 기록을 삭제하고 정상적 금융활동이 가능케 함으로써 금융취약계층의 재기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연체 이력은 액수와 기간에 따라 기록이 남는 기간이 다른데 통상 100만원 초과 금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이른바 ‘신용불량자’로 분류돼 최장 5년 간 신용평가사(CB) 등에 연체 정보가 보관된다.

이 경우 연체액을 모두 변제하더라도 상당 기간 연체 이력이 유지되고 신용평가도 나빠져 대출 한도와 조건이 악화되거나 카드 발급에 불이익을 받는 등 금융활동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

신용사면은 연체 이력을 삭제해줌으로써 금융취약계층이 신용카드를 정상 발급받거나 은행권 대환대출 등을 통해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 등을 제공해줌으로써 정상적 경제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터준다.

연체 이력 때문에 제도권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사금융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김 위원장은 “사실 정확한 신용평가를 위해서는 연체 정보가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과거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특수한 위기에서는 국민들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연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신용정보 이용에 있어서 빨리 정상적 경제활동으로 돌아올 수 있게 과거에도 제도적으로 보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과거 사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번 신용사면은 지난 2021년 금융권이 공동으로 체결한 코로나19 신용회복지원 협약에 따라 단행된 코로나 신용사면과 비슷한 규모와 방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 기간인 2020년 1월1일부터 2021년 8월31일까지 발생한 개인 및 개인사업자의 2000만원 이하 소액연체 및 대위변제·대지급 정보에 대해 연말까지 전액 상환된 경우가 대상이었다. 지원 대상이 되는 차주의 연체이력 정보는 금융기관 간 공유하지 않도록 제한했고 CB사의 개인·개인사업자의 신용평가에도 반영되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개인 211만3000명, 개인사업자 16만8000명 등 약 228만명이 신용사면의 혜택을 봤으며 개인 기준 평균 24점의 신용점수(NICE 기준) 상승 효과가 나타났다. 개인 기준 심용점수가 평균 678점에서 702점으로 올랐고 개인사업자 기준 평균 신용등급이 7.8등급에서 7.3등급으로 0.5등급 상승했다.

특히 신용점수가 100점 이상 상승한 개인이 약 11만4000명에 해당하는 등 신용회복에 상당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신용사면에 따른 도덕적 해이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의 근간은 신뢰인데 상환 기일을 어겨도 불이익이 없다면 누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겠냐는 것이다. 성실하게 빚을 제때 갚은 사람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신용사면이 없었을 때보다 연체자가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연체자 파악이 어려워짐으로써 리스크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시기적으로도 최근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과 마찬가지로 올해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이란 지적도 예상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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