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 위기였던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태영그룹이 기존 4가지 자구계획에 더해 지주사인 TY홀딩스와 SBS 지분까지 담보로 내놓겠다고 밝히면서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태영그룹이 사실상 ‘백기 투항’하면서 이제 공은 채권단으로 넘어갔다. 추가 자구안 이행 확약과 중소 금융사 설득 등의 변수만 넘긴다면 11일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채권단 협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자구안에 포함된 내용 외에 다른 계열사 매각이나 담보 제공으로 추가 자금을 확보해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TY홀딩스와 SBS 보유 지분도 담보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그룹이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요구를 전면 수용한 가운데 변수는 SBS 지분 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안의 확약 여부다. 이날 윤 창업회장이 “모든 것을 걸고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지만 앞서 자구안 이행 약속을 어긴 사례가 있는 만큼 일부 채권자의 불신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추가 자구안 확약은 없었지만 이를 이행하는 형태는 산은과 합의가 이뤄졌다”며 “약속한 자구안 중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워크아웃 절차는 중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소 금융사의 동의 여부가 관건이다. 현재 산은을 포함한 은행권의 채권 보유 비중은 33% 수준이다. 채권단 75% 동의(워크아웃 개시 기준)를 위해서는 중소 규모 금융사 설득이 중요하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워크아웃 개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태영, 사실상 ‘백기투항’… 채권 67% 쥔 중소금융사 동의가 관건
오너일가 보유 지주사-SBS 지분 금융당국 등 압박에 담보로 내놔 태영-채권단, 문서 확약은 안해 태영측 “임금체불 최우선 해결”
태영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주사 지분과 핵심 자산인 SBS 지분을 담보로 내놓기로 한 건 태영건설 부실이 자칫 그룹 전체 위기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SBS 대주주로서의 적격성까지 거론되는 등 대통령실과 금융당국 안팎에서 강경 발언이 나오자 사실상 ‘백기 투항’한 것이다.
● “지주사-SBS 오너 일가 지분 담보로 제공”
9일 태영그룹은 윤세영 창업회장, 윤석민 회장 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였다. 이 자리에서 윤 창업회장 등은 오너 일가 소유의 TY홀딩스 지분과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석민 회장은 “태영건설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TY홀딩스와 SBS 보유 지분도 담보로 제공할 것”이라며 “태영건설을 정상화해 채권단 그리고 모든 이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오너 일가의 TY홀딩스 지분은 33.67%,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은 36.32%다. 두 지분의 가치는 이날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2803억 원 수준이다. 채권단이 추산하는 태영건설 우발부채 규모인 9조 원의 3%에 그친다. 다만 오너 일가의 경영권과 핵심 자산을 모두 담보로 제공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측은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채권단과 태영그룹은 지분 담보 제공을 문서상으로 확약하지는 않았다. 대신 양측은 실사 후 예상치 못한 부족 자금이 발생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해야 하면 해당 지분을 담보로 잡기로 협의했다.
태영그룹은 기존 자구안에 담긴 에코비트도 지분 절반을 가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공동 매각하기로 했다. KKR의 동의를 받아 태영 측 지분만 매각할 때보다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블루원 매각, 평택싸이로 담보 제공도 이날 이사회 의결을 거쳐 확약 절차를 밟았다. 또 TY홀딩스는 SBS미디어넷 지분(91.7%)도 담보로 제공하기로 채권단과 약속했다.
● “임금 체불 문제 최우선 해결”
태영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인한 임금 체불 등 현장 혼란을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서울 성동구 청년주택 근로자 임금 문제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결제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최우선 변제할 것”이라고 했다.
또 자금 부족으로 착공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선 워크아웃 개시 후 5일 이내 협의체를 구성해 한 달 내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 시공사를 선정해 양도 혹은 철수 등의 절차를 밟는다. 현재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아파트는 22개 단지, 1만9871채다.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현장은 전국 112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이달 11일 1차 채권단 협의에서 결정된다. 다만 일부 채권자 사이에서 태영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어 워크아웃 개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은 및 은행권(33%)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채권단 75%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중소금융사(67%)들의 동의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태영그룹이 이미 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SBS 주식을 선순위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린 상태라 뒤늦은 SBS 주식 담보 제공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그룹이 제시한 추가 자구안의 이행 확약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담보 제공 방법, 규모, 시기, 이행 여부 모두 불투명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산은은 이와 관련해 “약속한 자구 계획 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발생하면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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